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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가 시급해요. 이대로 가다간 수년 사이 신축 아파트 값만 폭등할 것으로 보여요”
한형기(61) 신반포1차 조합장은 아크로리버파크의 성공 신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현재 조합이 해산되지 않아 조합장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는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다른 조합들의 요청에 무상으로 그들을 돕고 있다.
가난했던 소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비사업 전문가로
이달 4일 정부는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유휴부지를 긁어모아 그 곳에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재건축을 통해 서울 내 5만가구를 공급할 것이라 전했다. 이처럼 공급을 하겠다는 시그널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공공재건축을 선택하겠다는 곳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결론적으로 서울 내 공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스카이데일리는 집값이 안정될 수 있는 해법을 듣기 위해 이달 1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모처에서 정비사업 전문가로 불리는 한형기 조합장을 만났다. 고견을 듣기에 앞서 한형기란 사람에 대해 질문했다.
“전 목포에서 태어났어요. 찢어지게 가난해 어릴 때부터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죠. 건설회사에 입사해 해외로 나가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로 올라간 가족과 떨어져 목포에서 자취하며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갔고 1983년엔 D건설사에 입사했어요. 삶은 점차 나아졌고 1994년부턴 S건설사에서 일했어요. 현장소장을 오래했죠.”
“건설회사 경력이 21년이나 되기 때문에 시공사가 생각하는 것을 훤히 알 수 있었어요. 재건축 사업장 기술자문, 조합장, 정비사업 컨설팅 회사 임원으로 일할 수 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죠. 아울러 전 제 자신이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IMF시절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 2004년, 40대 중반의 나이에 은퇴할 수 있었던 것이 그 근거죠.”
그는 당당했다. 지식과 노하우로 무장한 전문가다운 태도였다. 재테크로 경제적 자유를 얻은 그는 사표를 던지고 자녀와 부인이 살고 있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문득 그와 신반포 1차(아크로리버파크)의 인연이 궁금했다.
“2006년 1월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는 집을 고르고 있었어요. 기존 아파트를 살지, 신축으로 변신할 재건축 아파트를 살지 고민이 되던 찰나 신반포 1차가 눈에 들어왔어요. 샀죠. 친한 친구의 추천도 있었어요. 2006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11년이면 새 아파트가 될 것으로 판단했고 영국으로 다시 건너갔는데 그 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처음으로 나왔어요. 적용일인 9월 25일 전인 같은 달 20일에 신청했는데 관리처분인가가 반려됐죠. 사업이 기약 없이 중단됐어요. 당시 조합은 말도 안 된다며 서초구청을 상대로 반려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으나 1, 2심에서 지며 사업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었죠.“
“그러다 2008년 영국으로 전화가 걸려왔어요. 이전에 정비사업 경험이 있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으로요. 그 길로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분석해 봤고 이길 수 있다 자신했어요. 먼저 ‘반려되는 것이 맞다‘ 주장하는 비대위 측과 합의를 진행했어요. 이들이 서초구청에 피고 보조로 참가를 했기 때문이죠. 2년이 걸렸어요. 비대위 측에 조합장 자리를 비롯해 요직을 내줬죠. 비대위 측이 소를 다 취하했어요. 730명의 다른 조합원들은 탄원서를 써서 살려달라고 주장했죠.“
결국 2010년 4월 대법원에서 이겼다. 거칠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또 찾아왔다.
“비대위 측에서 조합장으로 앉았는데 경험이 짧으니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결국 싸우다 등 떠밀려 단독으로 나와 조합장이 됐죠. 전 ‘경험을 토대로 최고의 아파트를 짓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죠. 어떻게 하면 1등 아파트가 될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고 ‘한강조망 이슈화’, ‘외관 디자인 차별화’를 시도했죠. 시공사였던 대림산업에게 확정지분제가 아닌 도급제를 제안했고 분양리스크가 컸던 2010년대 초중반 당시 건설사는 이를 받아들였어요.”
“쉽게 말해 건설사는 짓기만 하고 저희는 원하는 게 있으면 바꾸면 되는 식이 된 거죠. 경험을 이 때 발휘했어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종횡무진 바꾸고 또 바꿨죠. 새벽에 출근해 자정에 들어갔죠. 사활을 걸었어요. 그래서 층고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30cm 더 높을 수 있었고, 로얄층도 스카이라운지와 아이들 도서관으로 탄생시킬 수 있었죠. 특별건축구역 1호로 지정받아 외관도 독특하게 지었죠.”
이후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에도 그는 밀고 나갔고 미계약 리스크도 슬기롭게 돌파해 내 3.3㎡(약 1평)당 1억원이 넘는 ‘아크로리버파크’의 현재를 만들었다.
“공공재건축 선택할 조합 강남엔 없다…규제 완화 꼭 필요”
한 조합장은 신반포 1차 조합장으로 있으며 강남권의 수많은 주민들의 요청에 응답,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주는 역할이다. 그래서 그는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의 속마음을 그 만큼 잘 알고 있다.
“공공재건축을 선택할 조합 강남에선 없어요. 공공재건축을 보면 이익의 10%만 조합원에게 돌아가요. 아파트는 빽빽하게 짓고 가구당 몇 천 만원의 이익을 보자고 공공재건축을 누가 할까요.”
“서울에 주택을 공급해야겠다는 정부의 생각 전환은 좋지만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해 보여요. 공공재건축을 통한 5만가구 공급도 사유재산임에도 합의 없이 임의로 책정했다고 하는데 소통이 너무 없다고 봐요.”
그는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용적률을 높여 고밀도 개발을 허용해 줌과 동시에 기존에 재건축 사업을 멈춰 세웠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손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가 함께 나왔어야 해요. 서울 특히 강남권에선 내년부터 제대로 된 아파트의 공급이 줄어요. ‘원베일리’, ‘둔촌주공’을 제외하곤 떠오르지 않네요. 안전진단도 강화돼 초기 재건축들도 속도 못 내고, 2년 실 거주 요건도 만들어 올해 안에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사업장의 경우 사업 진행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한 조합장은 결국 이대로 가다간 새 아파트의 가격만 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재건축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공급이 5년 혹은 10년 동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공급이 중단된다고 생각되면 사람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어 좋은 입지에 자리한 주택의 값을 올라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엔 돈 많은 사람이 정말 많아요. 대신 좋은 아파트는 거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요. 살고 싶으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돈을 지불한다는 의미에요. 결국 사람들이 사고 싶은 집을 꾸준히 짓는 것이 주택 안정화의 지름길입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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