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다. 이들은 최전선 골목상권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획일화된 박리다매식 사업 진출을 비롯해 상권 탈취·규제·세상의 편견 등 각종 위협으로 쉼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는 특별기획 시리즈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를 마련했다.
차를 운전하며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피곤하거나 답답해서 휴게소에 들러 쉴 때가 종종 있다. 휴게소에 들러 잡화나 먹거리 등을 구매하거나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 다음 출발하면 그것 또한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된다.
휴게소에 들러 유심히 살펴보면 ‘Hi-shop(하이숍)’이라는 매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용품·허리띠 등 여러 잡화를 판매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들러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하이숍이 정식 매장으로 손님들에게 물품을 판매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지만 1980년대 노점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 역사가 족히 40년이 넘는다. 하이숍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를 대표하는 한국고속도로하이숍협동조합을 방문해 김만연 이사장을 만났다.
10여 년 된 한국고속도로하이숍협동조합… 출범까지 수많은 시련
한국고속도로하이숍협동조합은 2015년 출범해 현재 소상공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정회원으로 자리매김한 단체다. 현재 전국에 8개의 지부를 두고 있으며 총 217개 하이숍을 대표하고 있다.
2015년부터 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만연 이사장은 운동선수 출신으로 10대에 육상선수로 활동했고 20대에는 상무(별칭 불사조 상무부대)에 입대해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한국고속도로시설공단에 입사해 관리과장으로 근무했으며 퇴사 후에는 휴게소에 노점상을 열었다.
김 이사장은 고속도로 노점상에서 출발한 하이숍은 그 역사가 40년이 더 된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 고속도로 휴게소엔 노점상이 있었어요. 각종 잡화뿐 아니라 먹거리도 팔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인기가 많았죠. 예를 들어 자동차에 워셔액이 다 떨어지면 목적지까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불편하죠. 그럴 때 휴게소에 들러 노점상에서 워셔액을 살 수 있으니 정말 편리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노점상이다 보니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고 위생 상태도 나빴는데 그런 상태가 2010년 초반까지 이어졌어요. 2010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현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부천 고가하부 화재 사건과 2011년 노점상에 대한 합법화 100만 서명운동 등의 영향으로 2012년 전국 휴게소에 있는 노점상 170여 개를 회원으로 한 ‘하이숍연합회’가 만들어졌어요.”
“하이숍연합회가 2015년 한국고속도로하이숍협동조합으로 바뀌면서 조합원들의 권리가 신장됐고 유통시스템도 갖춰졌어요. 연합회 시절 170여 개였던 매장은 현재 217개로 늘어났죠. 전국에 휴게소가 230개 정도 되는데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이숍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현재 수수료 납부 방식의 하이숍… 정액제로 변경 추진
김 이사장은 하이숍을 운영하면 한국도로공사나 민자고속도로 주식회사에서 일정 수수료를 뗀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수료가 아닌 월정액 방식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숍을 운영하면 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나 민자 고속도로 주식회사에서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가요. 그렇지만 월정액을 내는 방법으로 변경하려고 해요. 쉽게 말해서 월세를 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리하죠. 이렇게 추진하는 이유는 하이숍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판매하는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서예요.”
“왜 사업자의 부담이 줄어드는가 하면 현재 방식은 매출의 20%를 납부하기 때문에 100만 원어치를 판매할 경우 수수료 20만 원을 내야 하고 그 이상을 판매하면 수수료를 더 납부하겠죠. 월정액 방식은 똑같이 100만 원을 낸다든가 하는 식으로, 매출이 더 많이 오르더라도 내야 할 금액이 고정돼 있어 이점이 더 크죠.”
“그렇게 되면 하이숍에서 더 고가의 상품도 판매할 수 있어요. 월마다 내야 할 금액은 정해져 있으니 수수료 걱정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더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잡화만 판매하는 잡화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하이숍 판매 가능 품목에 대한 제한도 완화해야… 경쟁력 강화 등 이점
김 이사장은 또한 하이숍에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제한도 완화해 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이숍은 판매 가능한 품목이 정해져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먹거리예요. 그 이유는 휴게소 입점 업체들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함이에요. 그런데 휴게소 입점 업체들은 하이숍과 중복되는 물품을 팔 수 있는데 왜 그 반대로는 안 되냐는 거죠. 일관된 기준으로 휴게소 판매 품목을 지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저희도 건의하는 것이죠.”
“현재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들은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요. 만약 하이숍에서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입점 업체들과 경쟁을 할 수 있어 가격도 완화되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기 때문에 장점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어요.”
하이숍도 고객 맞춤형으로 변화해야… 질 좋은 물건 판매가 중요
김 이사장은 하이숍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숍이 더 이상 노점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깔끔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질 좋은 물건을 확보해 손님들에게 판매하자고 조합에서 각 사업자에게 홍보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질 나쁜 물건을 바가지 씌워서 손님들에게 판매하곤 했지만 요즘은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서 그런 수법은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하이숍에서는 똑같은 물건은 어느 휴게소에 가서도 똑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변화했고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저렴하게 양질의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조합과 사업자들이 협업해 나갈 예정입니다.”
약 10년간 조합 이끌어 온 김 이사장… 앞으로의 행보는?
김 이사장은 앞으로 조합과 사업자들을 위해 어떤 행보를 이어 나갈 예정일까.
“제가 약 10년을 이사장으로 있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월정액이나 품목 제한 완화 등도 중요하지만 사업자들이 물건을 팔 수 있는 환경을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이숍이 전국에 퍼져 있어서 제가 일일이 다니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 곳에 들러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주 부처인 한국도로공사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나 장관이 주최하는 간담회에서도 하이숍이 처한 애로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예정입니다. 흔히 소상공인을 경제의 뿌리라고 하는데 휴게소의 소상공인인 저희들의 애로사항도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도로 운영사·하이숍·휴게소 입점업체가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저도 힘껏 도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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