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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표그룹은 사돈기업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삼표기초소재, 네비엔, 삼표이앤씨 등이다. 사진은 삼표그룹 본사가 위치에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 전경. ⓒ스카이데일리
현대제철, 삼표기초소재에 연산 능력 이상 물량 몰아줘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정몽구 회장의 사돈기업인 삼표그룹 계열 삼표기초소재에 슬래그를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지난 2012년 국정감사 기간 동안 내내 긴장감에 시달린 바 있다.
정치권이 현대제철 고위관계자를 소환하거나 참고인 조사에 나선 뒤 이후 후속조사를 통해 입찰과정을 들여다보고 불법사실이 확인되면 관계 당국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 설립된 삼표기초소재는 플라이애쉬, 슬래그파우더, 고로슬래그 시멘트 등의 제조 및 판매 업체다. 최대주주는 지분 69.29%를 보유한 삼표로지스틱스다. (주)삼표가 25.0%로 2대주주이고 정대현 상무가 5.7%를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아내이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지선씨는 삼표로지스틱스 지분 10%를 갖고 있다. 그룹내 물류기업으로 급성장한 삼표로지스틱스는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 정대현 삼표 상무가 ‘최상위 지배자’로 공시돼 있어 후계구도 중심에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 삼표기초소재는 현대제철로부터 공급받은 물량의 절반 정도를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슬래그시멘트 회사에 마진을 붙여 팔아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별다른 기여 없이 다른 기업의 거래에 끼어들어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로 주머니를 채운 것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또한 이 같은 삼표로지스틱스의 삼표그룹 내 위상은 공교롭게도 정대현 상무의 매형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후계구도의 중심에 있는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와 ‘닮은꼴’이다. 삼표로지스틱스와 현대글로비스 모두 후계구도 선상의 그룹내 일감몰아주기 업체로 눈총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10년부터 2012년 10월경까지 삼표기초소재에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를 거의 전량 공급했다.
슬래그란 제철소에서 철광석을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일컫는다. 제철회사들은 과거엔 이를 모두 버렸으나, 시멘트에 섞으면 더 단단해진다고 해서 혼합재로 사용된 후부터는 시멘트회사에 매도하고 있다.
2011년 슬래그 공급량은 약 1000만톤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740만톤과 240만톤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240만톤 중 200만톤 가량을 2011년 10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부근에 슬래그시멘트 공장을 완공한 삼표기초소재에 공급했다.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몰아준 것이다.
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삼표기초소재의 연간 생산 능력이 100만톤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삼표기초소재는 현대제철로부터 공급받은 물량의 절반 정도를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슬래그시멘트 회사에 마진을 붙여 팔아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 삼표그룹은 사업보다는 화려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슬하에 1남 2녀를 둔 정도원 회장은 재계의 내로라하는 집안들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대 음대 출신인 장녀 지선씨는 1995년 5월 현대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 부회장과 결혼했다. ⓒ스카이데일리
별다른 기여 없이 다른 기업의 거래에 끼어들어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로 주머니를 채웠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따라서 현대제철은 삼표기초소재의 이러한 ‘통행세’ 관행을 거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관련당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해 왔던 시멘트업계는 이처럼 현대제철이 삼표기초소재에 연산 능력 이상의 물량을 몰아줬던 이유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1995년 지선씨와 결혼했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삼표그룹이 현대기아차그룹의 처가라는 점 때문에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것이 시멘트업계의 주장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2012년 3월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선임됐다는 것도 시멘트업계의 불만을 더욱 부채질했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동종업계에서 어느 한 특정기업이 ‘슈퍼갑’의 지위를 점유한 채 물량을 재배정한 것은 누가 봐도 기형적인 구조”라면서 “현대제철이 슬래그를 삼표기초소재에 사실상 독점 공급한 행태는 명백한 불공정 거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시멘트업계에서는 사돈지간이라는 관계가 물량 몰아주기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제철소 입장에서 고로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슬래그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업체가 필요한데 삼표기초소재가 부지 확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적합하다고 판단돼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철도궤도공사업에서 시공능력순위 1위 업체인 삼표이앤씨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등으로부터 철강가재 등을 구입한 후 신축이음새, 크로싱, 절연레일 등 철도선로 용품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을 비롯한 주요 건설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판매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의 불만을 감안해 2012년 10월부터는 삼표기초소재로의 공급물량을 100만톤으로 조정하고 남은 물량은 나머지 업체들에 고루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당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가 재벌 개혁의 화두로 등장하자 뒤늦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생색을 냈다는 것이 시멘트업계의 여론이다.
설립 이후 2010년 매출 227억9254만원·영업이익 5억9342만원·당기순이익 6억4628만원, 2011년 매출 543억6571만원·영업이익 25억532만원·당기순이익 14억4439만원을 올리며 급성장했던 삼표기초소재는 2012년 들어 매출은 879억6275만원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19억2104만원으로 줄고 당기순이익은 아예 손실 18억981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삼표기초소재의 마이너스 실적 이유를 현대제철이 2012년 마지막 3개월여 동안 슬러그 공급량을 대폭 축소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현 대주주 ‘네비엔’ 매출 대부분 현대제철 의존
네비엔 역시 현대제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폐자동차를 가공·정제해 철강산업의 원료로 공급하는 철스크랩 사업과 골재 및 시멘트의 원료로 재활용되는 제강슬래그 처리대행업 등을 하고 있는 네비엔은 1996년 설립됐으며 포항, 대구, 영천, 당진 등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2012년 매출 중 현대제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5%에 달하는 등 현대제철 없이는 사실상 생존이 어려운 구조다. 네비엔은 이러한 현대제철의 밀어주기에 힘입어 최근 3년간 가파른 실적 향상을 보이고 있다.
▲ 시멘트업계는 이처럼 현대제철이 삼표기초소재에 연산 능력 이상의 물량을 몰아줬던 이유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1995년 지선씨와 결혼했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삼표그룹이 현대기아차그룹의 처가라는 점 때문에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것이 시멘트업계의 주장이다. 사진은 삼표그룹 본사가 위치에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 ⓒ스카이데일리
매출은 2009년 672억원, 2010년 994억원, 2011년 1282억원으로 수직 상승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009년 4억원, 2010년 13억원, 2011년 25억원으로 매년 2~3배 증가했다. 2012년에도 매출은 1422억원으로 증가한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13억원으로 주춤했다.
2012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원가가 1354억원으로 전년의 1204억원에 비해 오른 가운데 판관비(판매와 일반관리비)까지 42억원을 보이면서 전년의 33억원에 비해 증가해 매출총이익이 전년 78억원에서 2012년 6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판관비 비용 중 눈에 띠는 증가요인은 지급수수료, 복리후생비, 접대비, 급여 등의 항목이다. 이들 항목은 회계상 비용처리에서 주목되는 계정들이다.
네비엔의 지분은 정대현 삼표 상무가 70%를 가지고 있으며, 정 상무의 누나들인 지선씨와 지윤씨가 각각 15%씩을 보유하고 있다. 정도원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삼표이앤씨는 혼인관계로 맺어진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의 돈독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계열사다. 1994년 설립된 삼표이앤씨는 철도궤도 건설사업과 철도용품의 제작 및 판매가 주요사업이며 충북 지역에 3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65.22%를 보유한 그룹 지주회사 삼표가 최대주주이고 나머지 34.78%는 정도원 회장이 갖고 있다.
철도궤도공사업에서 시공능력순위 1위 업체인 삼표이앤씨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등으로부터 철강가재 등을 구입한 후 신축이음새, 크로싱, 절연레일 등 철도선로 용품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을 비롯한 주요 건설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판매하고 있다.
▲ 네비엔은 2012년 매출 중 현대제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5% 달하는 등 현대제철 없이는 사실상 생존이 어려운 구조다. 네비엔은 이러한 현대제철의 밀어주기에 힘입어 최근 3년간 가파른 실적 향상을 보이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계열 관계가 아닌 탓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삼표이앤씨 매입·매출 거래의 상당 비중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의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이앤씨는 2012년 매출 1577억원·당기순이익 53억원을 거두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매출은 2010~2011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당기순이익은 2010년 267억원, 2011년 241억원과 비교해보면 1/5 정도로 대폭 하락했다.
한편 삼표이앤씨는 지난해 11월 철도궤도 사업을 물적 분할해 별도 자회사 삼표피앤씨를 신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존속회사 삼표이앤씨는 토건부문, 신설회사 삼표피앤씨는 철도부문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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