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 5곳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중도사퇴로 인한 보궐선거는 서울 종로구, 서울 서초갑, 대구 중‧남구 등 세 곳이며 당선무효에 따른 재선거구는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등 두 곳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각 당의 책임으로 재보궐 사유가 발생한 지역구의 경우 무공천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종로·안성·청주 등 세 곳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기로 확정했고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구 무공천을 선언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종로와 대구 중․남구다. 이 곳은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세가 전통적으로 두터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던 터라 누가 서로의 ‘안방’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진 비우고 서로의 안방으로 돌진한 與野
‘정치 1번지’로 꼽히며 지역구 국회의원 중 세 명(윤보선‧노무현‧이명박)이나 대통령을 배출한 종로는 근래까지 이낙연 전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다. 이 전 의원이 지난해 9월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 집중하기 위해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종로는 19,20대 총선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 21대 총선에선 이 전 의원이 당선되며 내리 민주당 진영이 승리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당헌상 자당(自黨) 책임으로 발생한 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 전 대표를 뽑아준 종로 유권자들을 저버렸다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
당내에선 이 전 의원 사퇴를 무공천 사유로 규정한 당헌상의 ‘중대한 책임’으로 해석할 수 없지 않느냐는 반발 여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때문에 일부 인사들은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고 있다.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은 5일 “당의 원로‧간부 등과 충분히 상의한 후 무소속 출마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원로층에선 무공천 방침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홍이 벌어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에서 “(무공천은) 올바른 판단이고 결정이다, 귀책사유가 있는 지역은 당이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저의 오래된 소신”이라며 지지했다.
민주당이 혼란에 휩싸인 사이 국민의힘은 무더기 출사표가 잇따르는 등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민주당 안방’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4일 종로 보궐선거에 직전 당협위원장인 정문헌 전 의원, 윤지경 미국세무사, 정동희 경제전략 작가, 정병두 전 서울시당 부위원장, 비공개 신청자 한 명을 포함해 총 다섯 명이 공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아직 도전장을 내밀진 않았지만 이준석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국민의힘은 전략공천으로 방침을 정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도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구 중‧남구는 16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국민의힘까지 내리 보수진영이 차지한 전통적 보수 표밭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구였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퇴하면서 ‘빈 방’이 됐다. 지난해 11월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곽 의원이 제출한 사직안이 가결되면서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곽 의원 사퇴 책임을 지는 의미로 지난달 28일 대구 중‧남구 무공천을 결정하고 ‘당선 뒤 복당 불허’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김재원 최고위원과 배영식 전 의원, 박성민 청년보좌역,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등 네 명은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당초 무소속 출마에 가장 의욕적이었던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서 “앞으로도 정권교체의 대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부족한 저를 아껴주시고 걱정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무공천 방침에 따르겠다고 했다.
다만 임병헌 전 남구청장과 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도태우 변호사 등이 여전히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계획 중이어서 민주당이 보수정당 안방을 차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국민의힘 무공천 방침에 따라 민주당은 중‧남구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중량급 인사의 도전장은 없었다. 민주당은 7일 대구 출신의 백수범 변호사를 해당 지역에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 텃밭에 도전하는 백 변호사의 아성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그가 과연 보수정당 본진의 두터운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거대양당 외에도 국민의당 등이 중‧남구 입성을 노리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에선 권영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정용 전 대구시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여인천하’의 서초갑… 안성시‧청주 상당 대결에도 시선
서울 서초갑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지난해 8월24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혐의를 강력 부인했지만 사퇴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10일 국민의힘은 공천신청 마감 결과 이혜훈‧정미경‧전희경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등 10명이 경선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혜훈·정미경·전희경 전 의원과 조 전 구청장,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등 5파전으로 압축한 뒤 10일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서초갑은 전통적 보수정당 텃밭이지만 민주당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정근 서초갑 지역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이들 후보군은 전 전 차장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들이다.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이 전 의원은 4일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서초에는 힘 있는 중진 경제통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권 최악의 실패인 ‘부동산과 세금’ (해결)에 특화됐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날 전 전 의원도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의원”이라며 “40대 기수의 열정을 다해 첫날부터 능숙하게 뛰겠다”고 밝혔다.
조 전 구청장은 3일 자신의 SNS에서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벽에 부딪혀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드리지 못한 점도 있다. 국회의원이 되면 그 한계를 벗어나서 여러분을 위해, 서초를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더 좋은 정책을 펴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성은 21대 총선 당시 상대 후보인 김학용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이규민 전 민주당 의원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되고 대법원이 이 의원 측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재선거가 확정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측근으로 알려진 ‘7인회’에 속했던 이 전 의원에 대해 이 후보는 지난달 23일 안성 방문 과정에서 “말 같지 않은 이유로 직을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당 지역 공천 시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결국 무공천을 결정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성에서 3선을 지낸 김학용 전 의원과 이상민 전 경기도당 대변인이 지원했다. 이 중 김 전 의원 공천이 8일 확정됐다. 정의당에서는 지난달 28일 이주현 안성시위원장을 공천했다.
충북 청주 상당구는 21대 총선에서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의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제기된 정정순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재선거가 확정됐다. 민주당은 역시 당헌에 따라 무공천을 결정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충북도지사를 지낸 4선 중진 출신의 정우택 전 의원과 김기윤 변호사, 윤갑근 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이 각각 지원해 10일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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