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카이데일리
풍경
화선지에
떨어진 꽃 잎처럼
하얀 시트에
진달래 꽃이 활짝 피었다.
봄 눈처럼
듬성듬성 쌓인 휴지
코 끝으로 스며드는
아카시아 꽃 향기
아
어디선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
화가는
어느덧 붓을 들어
하얗게 칠을 한다.
모두 하얗게...
<深頌(심송) 안호원>
☞ 아빠의 마음
시인은 나이가 든 탓인지 코피가 자주난다. 병원 의사 선생님은 완치하기 어려운 고질병이니 관리를 잘 하라고 한다. 불혹의 나이 사십이 넘으면 모든 사람은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환갑이 넘으면 그 한계에 다가간다고 한다. 환갑이 넘어 그래도 큰 병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위로가 돼 풍경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마음이 쓰리고 울컥 눈물이 나는 제목이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시인이 화가는 아닌데 창작의 아픔은 시인이나 매 한가지 같은 느낌으로 시어도 풀었다. 화가인 아버지 피를 물려받는 느낌이 풍긴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아픔을 숨기는 마음은 모든 부모들과 같다. 다 자란 성인이지만 딸이 아빠를 부르자 냉큼 코피를 그림인 냥 그린다. 하얀색 물감으로 하얗게 덧칠까지 한다. "모두 다 하얗게..."
언제인가 딸의 말이 기억난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단 한 번도 딸 앞에서 눈물방울을 보인 적 없었는데, 심한 사례가 들려 기침과 함께 눈물을 보이니 "어머! 아빠 눈물 처음봐!"라고 신기하듯 쳐다보며 말했다.
시인도 아니 모든 아버지들이 평생 동안 딸들한테 만큼은 속이고 싶은 것이 눈물이다. 코피는 더더욱 보이기 싫다. 하얗게 덧칠하다 안 되면 화선지를 찢어서라도 보이기 싫다. 점점점 마침표에 묻어난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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