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반대말은 진보가 아니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고

[특별기고]

보수의 반대말은 진보가 아니다

진보는 공산·사회주의 대체 용어이자 좌파의 ‘가면적 명칭’
급진·혁명주의자 호칭은 ‘공동체·분배·평등주의자’가 제격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0 09:34:07

“보수주의는 인간이란 대단히 불안전한 존재여서 지상낙원을 구현할 방법이 없으니까 조금씩 노력해 더 나은 사회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보수주의 정치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한 말이다. 이른바 보수의 핵심 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다. 우리는 아직도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을 이분법으로 말한다. 스스로 진보라고 말하는 세력은 보수는 고루하고 꼰대 같다는 말을 한다. 진보의 반대말이 퇴보나 정체니까 마치 보수는 수구세력처럼 보인다. 오죽하면 보수꼴통이란 말이 있겠는가.

정치 세력으로서 ‘진보’란 말은 대한민국에만 존재한다. 원래 보수주의의 반대말은 급진 또는 전체주의다. 보수주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1729~1797)는 영국 철학자다. 그는 이웃 나라인 프랑스 혁명을 지켜보면서 왕정이 무너지고 인간이 지켜야 하는 명예와 질서 그리고 전통의 가치가 함몰되는 모습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 보수란 용어를 만들었다. 버크의 주장은 왕권을 수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호재가 되었고, 왕권을 타도하려는 세력은 급진 또는 혁명주의자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프랑스 혁명이 성공하자 새로운 자유주의 국가가 건설될 줄 알았는데 나폴레옹의 왕정이 다시 등장했다.

이때부터는 자유주의 수호 세력이 보수주의자가 됐고 이후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는데 바로 공산주의 혁명 세력이다. 두루 알다시피 공산주의는 왕권을 부정하고 자본주의에 기초한 자유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하므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혁명을 통해 만들자는 이념이다.

그러면 진보란 말은 왜 생겨났는가? 1956년 조봉암을 중심으로 창당된 ‘진보당’이란 정당이 있었다. 1958년 이른바 ‘진보당 사건’과 연루되어 소멸될 때까지 약 15개월간 존속했다. 진보라는 용어가 정치판에 등장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사회주의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기치 아래 세운 진보당의 진보는 공산주의의 역사관에서 차용한 용어다. 인류의 역사는 계급 없는 사회를 향해 진보한다는 것이 공산주의의 역사관이다.

당시의 실정으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가 부담으로 느껴졌기에 대신 진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처럼 진보라는 용어는 정치학 족보에 없는 말이다. 필요에 따라 만든 말이며 굳이 정의하자면 운동권 종북 좌파들의 가면적(假面的) 명칭이라 보면 된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을 좌지우지했던 운동권 세력은 사회주의 좌파의 급진세력이다. 조국 전 장관은 본인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인한 세력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을 급진이나 혁명이나 좌파라고 부르지 않고 ‘진보’라고 말한다. 진보라는 명칭이 왠지 먹히기 때문이다. 원래 사회주의자들은 용어나 명칭을 가지고 장난치는 세력이다. 용어의 프레임 속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조국이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주 거론한 성찰·선의·나눔·동행이니 하는 말들은 그럴싸하나 기실 불순한 의도가 있는 말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겪은 소위 진보 세력의 정체는 무능·위선·선동·내로남불 그 자체였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진보를 굳이 따지자면 좌파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세력에게 부쳐진 이름표다. 때문에 보수의 반대말은 진보가 아니라 급진 또는 혁명이다. 진보 대신 공동체주의자·분배주의자·평등주의자·사회주의자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 체제의 근간을 송두리째 바꾸려는 혁명의 구호는 항상 현란하다. 혁명은 불안하기 때문에 개혁이란 이름으로 위장한다. 개혁이란 말은 보수의 전유물인데 종북 좌파에게 뺏겼다. 문 정권의 가짜 검찰 개혁을 보라.

바람직한 진보를 정의하자면 우리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정치적 이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보수와 진보로 세상을 재단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에 살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소모적인 갈등에 매몰되는 것도 어리석다.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정신분석학적 정치·사회 이론’을 전공한 김용신 박사는 “보수와 진보는 어떤 특정 내용을 가진 정치적 이념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행동에 따른 하나의 이름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김 박사는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면서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수와 진보의 틀에 꿰맞출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결국 종북 좌파들이 사용하는 진보라는 말은 보수의 대척점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집권이나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한 위장된 용어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로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이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는 말한다. “반드시 이름부터 바로잡을 것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진보라는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