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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팔다 걸려도 경범죄 처벌… 시장 규모조차 어둠 속
유명 공연 예매 시작하자 마자 완전 매진… 일반인들 절망
매크로 판매업자 "지금까지 한 번도 걸려 본 적 없다" 당당
올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원천봉쇄 방안 명시 안 해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17 14:59:40
▲ 공연·뮤지컬은 이제 매크로 사용 없이는 좋은 자리를 얻기 힘든 게 공공연한 일이 돼 버렸다. 관계자들은 매크로로 인한 티켓팅 문제가 암표 문제 보다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 캡처]
 
공연·뮤지컬계 암표시장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방법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가 없어 암표시장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국내 여러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공연이나 뮤지컬의 좋은 좌석을 선점 후 웃돈을 주고 파는 계정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계정은 한 장에 15만원 하는 티켓을 구매한 후 해당 사이트를 통해 약 3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되팔고 있다. 2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SNS에서는 공연·뮤지컬 암표를 일명 ‘플미티켓(프리미엄 티켓)’이란 줄임말로 통칭하며 은밀하게 매매하고 있다. 심지어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도록 티켓 사이트별로 최적화된 매크로 시스템을 판매하는 계정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크로란 ‘여러 개의 명령을 묶어 하나의 명령으로 만든 것’이라는 뜻이다. 즉 복잡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클릭 한 번으로 자동 수행토록 함으로써 반복 작업을 간단하게 수행하기 위해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연·뮤지컬 티켓 구매에서는 자동으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도록 컴퓨터가 알아서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악용되고 있다.
 
SNS를 통해 뮤지컬 티켓 구매 매크로를 판매하는 A씨는 티켓 판매 사이트별로 최적화된 매크로라며 영상과 구매 후기를 직접 게시해 홍보하고 있을 정도다. 그는 매크로는 구성 별로 3만원에서 6만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매크로 매매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이 한 건도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매크로 거래는커녕 암표 거래 자체를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현행 공연법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적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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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뤄진 암표 매매 또한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벌금만 내면 그만이다. 이에 따르면 ‘흥행장·경기장·역·나루터·정류장·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에 한해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에 처하게 돼 있다.
 
이병훈 의원실에서 제공한 ‘최근 5년간 지역별 암표 매매 현황 및 단속 실적’에 따르면 암표 매매 단속 건수가 2017년 77회부터 2021년 61회까지 매년 60~70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과 달리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암표는 처벌 근거 법률도 없어, 그나마 경찰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예매와 재판매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올해 두 차례 공연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이조차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3월3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할 경우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9월15일 발의한 법안은 암표 매매 행위를 금지하고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은 금액으로 판매하거나 알선한 자’에 대해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매크로를 직접 판매하거나 대리 구매하는 수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병훈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는 매크로를 통한 암표 매매 행위를 처벌할 규정도 마땅치 않고 이 때문에 시장 규모도 파악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법안 마련의 한계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법안으로 매크로를 통한 암표 매매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범법 행위 데이터가 쌓이면서 암표 시장을 파악하고 나면 세부적인 규제 개정안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으로도 암표를 제재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팬들 사이에서 ‘모범사례’로 꼽힌 공연이 바로 올해 9월 진행된 ‘아이유 콘서트’다.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암표 거래에 참여한 예매자와 구매자가 적발될 경우 해당 좌석을 취소하는 한편 향후 아이유 유료 공연 등에는 아예 참석할 수 없도록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는 나름의 묘안을 선보였다.
 
해당 암표를 제보한 사람에게는 공연 티켓을 제공키로 했다. 이로서 대중들이 모니터링하고 제보하면 소속사가 확인하고 처벌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아이유 팬이 아닌 일반 공연·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대처 방식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찬성의 뜻을 전하고 있다.
 
뮤지컬을 즐겨 보는 B씨(29·여)는 “제작사 측에서 모니터링만 해 줘도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SNS에서 성행하는 암표 관련 게시물에 제작사 측에서 자신들의 공식 계정으로 댓글만 달아도 암표 거래 계정이 활동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SNS에서 뮤지컬 암표를 거래하는 게시글에 한 뮤지컬 제작사가 공식계정으로 댓글을 달자 암표 거래 계정이 삭제되기도 했다.
 
다만, 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일회성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회차를 모니터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암표가 뮤지컬 극장이 아닌 SNS에서 더 성행하고 있어 범위가 넓은 것에 비해 인력이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암표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국·영국 등에서도 뮤지컬 암표가 성행하는 점을 들어 “암표에 대한 수요를 다시 건강한 시장으로 끌어올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특히“암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제작사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비싼 VVIP석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되 다른 좌석의 가격을 낮춰 대중성을 높이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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