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권시장 경색, 레고랜드 회생신청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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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레고랜드, 채권시장 자금경색 근본적 원인은 아닐 것
한은 금리인상 후 시장금리상승·채권가격 하락 움직임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31 11:40:37

정부는 2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경색 현상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 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 원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 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채안펀드에 남아 있는 1조6000억 원을 24일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등에 투입하고, 11월 초부터 ‘캐피털콜(펀드 자금 납입)’을 집행해 펀드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한도를 8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늘리는 대책도 선보였다. 증권금융과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최근 어려움이 커진 증권사·건설사에 대한 직접 지원 카드도 병행한다.

한은도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 안정 조치를 취했다. 시중은행이 한은과의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겨놓는 담보 증권 대상에 은행채·한전채 등 공공기관채가 추가됐다. 한은이 기존에 담보로 인정하는 증권은 국채·통안채·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다. 이번에 담보증권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은행의 자산 확보 여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6조 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실시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예대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기업 부문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를 6개월 이상 완화키로 하고 비조치의견서를 즉시 발부했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 당국이 현행 규정으로는 허용되지 않지만 예외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예대율 규제 비율은 은행이 100%에서 105%, 저축은행은 100%에서 110%로 완화된다.

이와 같이 정부·한은·금융 당국이 일제히 시행하는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는 최근 경색 현상을 보이고 있는 채권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그런데 최근 채권시장 경색 현상이 일각에서 9월28일 강원도의 레고랜드 2050억 원 ABCP 회생신청이 촉발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레고랜드 2050억 원 ABCP 회생신청은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심화시키는 계기는 되었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김진태 도지사는 강원도는 중도개발공사 변제불능으로 인한 보증채무를 늦어도 2023년 1월29일까지 반드시 이행하겠으며 이를 위해 올해 안에 보증채무 이행을 위한 지급금(2050억 원)의 예산안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나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금리를 보면 9월28일 레고랜드 2050억 원 ABCP 회생신청 후 금리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은 금리인상 후 시장금리는 상승(채권가격은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은 기준금리가 12일 빅스텝 인상(0.5%p 인상) 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 전망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도 추가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마땅히 채권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채권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채권 만기가 대거 돌아오기 시작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율 지속으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내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내년 초에도 금리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금통위도 현재 한국의 금융시장 사정과 실물경제 위축을 고려할 때 미국 정도는 아니더라도 원·달러 환율 상승과 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채권가격은 추가로 하락할 전망이다. 채권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데 채권 수요는 감소하면서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는 상승하면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가급적 만기를 짧게 가져가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기업어음(CP) 발행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6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할 단기금융시장 자금 규모만 233조 원으로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대규모 상환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부동산경기가 침체하면서 112조 원 규모 PF 만기가 도래하면서 건설사도 부도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레고랜드발’ 금융시장 경색이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으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금융비용부담이 급증하고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PF 만기 도래에 따른 부실 우려는 급증하는 반면, 금리 추가 인상 전망으로 채권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채권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금융시장 경색현상의 근본적인 배경과 원인이다. 금융시장 경색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혹시 잘못 대처하면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원인을 두고 자칫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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