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Open)AI가 개발한 챗(Chat)GPT를 필두로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생성형 AI를 운영하는 설비에 사용되는 반도체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클라우드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에 HBM 납품 하이닉스 직접 수혜… 삼성전자도 개발 박차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1억 달러로 평가되며 연평균 34.6% 성장해 2030년이면 109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에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생성형 AI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생성형 AI가 주목받으면서 생성형 AI 서비스와 관련한 인프라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반도체 산업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호황을 누렸으나,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며 다시 ‘반도체 겨울’을 맞이한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큰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한 7조698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조7012억 원으로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DS 부문 메모리 매출이 12억1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전 분기 대비 20% 하락했다.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주목받으면서 초거대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설비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반도체 수요도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챗GPT나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산업에 접목하는 쪽으로 하반기부터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HBM이 AI 시대의 고부가가치 반도체로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사용되는 설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만 개가 사용되며 전력 사용량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처리하는 데이터의 규모가 크고 전력 소모가 막대하므로 전력 효율이 높고 연산속도가 빠른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MB3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등 고객사들을 확보하며 HMB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챗GPT에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GPU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3세대 고대역 메모리 D램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 서비스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SK하이닉스의 HBM 반도체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홍보실 관계자는 “관련 기업들이 생성형 AI 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하고 필요한 설비를 산출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AI 기술은 앞으로 반드시 떠오를 시장이고 현재 개발 중인 AI 반도체에도 HBM 반도체가 활용되기 때문에 곧 수요가 현실화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도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버지니아공대가 공동 연구한 ‘니어 메모리 FPHA 그래프 프로세싱 프레임워크’ 논문에 따르면 자유자재로 설계가 가능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를 기반으로 HBM을 탑재하도록 설계해 연산 능력을 끌어올렸다. 시스템 대비 속도를 기존 대비 1.5배 높이고 전력 효율성 또한 50% 향상시켰다. 여기에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협약을 맺고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 AI 필수 파트너 클라우드 부각… 정부도 ‘K-클라우드’ 육성 착수
생성형 AI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주목받는 또 다른 분야는 클라우드 분야다. 생성형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사용자들에게 응답하는 데에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요구된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모든 데이터를 소화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만큼 클라우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오픈AI와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챗GPT에 맞설 자체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을 선언한 구글은 모두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준비하는 네이버 역시 사내 연구 개발 기업 클로바를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와 통합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생성형 AI 산업에 진출하려는 수요는 많기 때문에 이미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예상 수요는 예상 수요일 뿐이고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해도 바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챗 GP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해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AI 산업과 함께 클라우드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 사업을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K-클라우드 사업은 국산 NPU(딥러닝 등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증사업이다. 2023년 376억 원 규모의 사업 공모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1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중 NHN클라우드·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 등이 인공지능 반도체 팜 사업과 인공지능 반도체 시험 검증 환경 조성 사업 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정부가 △국내 클라우드 기업 2곳 △AI 반도체 팹리스(fabless,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설계·기술 개발만 하는 기업) 2곳 △AI 서비스 기업 2곳 등 최소 6개 기업의 컨소시엄 구성을 참여 조건으로 내걸면서 기업 간의 연합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발표된 지 얼마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확실한 사업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다만 정부가 최대한 많은 기업이 경험과 역량을 쌓게 하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고 참여 기업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복잡하게 수 싸움을 하기보다는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창배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AI 관련 기술이 그렇게 뒤처지는 건 아니지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과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며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클라우드 같은 하드웨어 쪽이 당장 챗GPT 열풍에 올라타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생성형 AI 원천 기술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그 기술을 응용한 프로그램 쪽은 아직 파고들 틈이 많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많은 투자와 도전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