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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5년경 업소에 영유아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NO)키즈존’이 처음 등장한 이후 이를 두고 10년 가까이 ‘영업 상 자유’와 ‘어린이의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이 대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해 말부터 ‘키즈 오케이존’을 지정·운영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아이 출입을 환영하는 업체를 지정해 식별할 수 있는 스티커를 매장에 부착하고, 아이들을 위한 식기와 메뉴를 제공토록 했다. 하지만 노키즈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소에서 이미 어린이와 동반 입장·이용이 가능한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거세다.
서울시, NO키즈존 아닌 ‘키즈 오케이존’ 지정·운영… “아이들 환영”
인천에서 세 자매를 키우는 권은혜(가명·45) 씨는 볼일이 급하다는 늦둥이 막내 아이와 함께 카페에 방문했으나 도로 문을 나서야 했다. 노키즈존 카페였기 때문이다. 권씨는 “출입문이나 카운터 어디에도 ‘노키즈존’이라는 문구가 표시된 곳이 없었는데, 아이와 동반 입장하자마자 내쫓듯 노키즈존이란 설명을 들었다”며 “화장실만 잠깐 사용하는 것도 안되겠냐는 부탁에도 ‘영업 방침’이란 얘기만 반복해 불쾌한 기분으로 카페를 나왔다”고 토로했다.
최근 이러한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린이의 기본권 침해라며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영업 상 자유로 보는 의견이 더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70% 내외 수준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응답자는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대상임에도 69%가 동의했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여론이 많은 요즘이다.
노키즈존 매장이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78%가 자기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일부 ‘진상 부모’들에 있다고 꼽았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응답자 중에서도 85%가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일부 부모들이 노키즈존 업장이 만들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했다.
서울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안심돌봄 △편한외출 △건강힐링 △일·생활균형 등 4대 분야 28개 사업으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는 5년간 14조7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중 편한외출 차원에서 서울키즈 오케이존 지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노키즈존과 달리 아이들을 환영하는 매장이라는 의미다. 외식이 어려웠던 아이 동반 부부의 걱정을 덜고자 지난해 12월13일부터 349개 매장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올해 500곳으로 확대하고, 2026년까지 70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키즈 오케이존은 식별할 수 있는 스티커를 매장에 부착하고 유아 의자와 수저·포크·어린이 메뉴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참여 업체에 대해 유아 의자·식기류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당 30만 원을 지원한다.
키즈 오케이존 시선 엇갈려… NO도, OK도 아닌 ‘케어키즈존’ 등장
다만 이 키즈 오케이존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갈라졌다. 키즈 오케이존에 찬성하는 입장은 평소 아이와 식당에 가면 혹여 아이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 식사 중 계속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외식을 기피하게 됐었지만, 맘편히 외식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6세 딸을 키우는 한 육아카페 회원은 “아이를 데리고 매장에 방문하기 이전에 항상 노키즈존인지 문의·확인하느라 30분은 걸렸는데 키즈 오케이존이 생겼다는 소식이 너무 반가웠다”며 “키즈 오케이존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앱인 ‘스마트서울맵’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외식이 편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키즈 오케이존으로 운영되는 비빔국수 가게에 방문했다. 출입문에는 키즈 오케이존 스티커가 붙어 있고, 매장 내부는 넓고 쾌적했으며 유아 전용 의자 4개가 한쪽 구석에 비치돼 있었다. 음식도 어린이 전용 메뉴가 따로 있다. 아기국수는 일반 국수보다 양이 적고, 가격도 2000원으로 저렴했다.
반면 이런 키즈 오케이존이 아닌 대부분의 업소에서도 어린이 동반 입장 및 이용이 가능한데 굳이 ‘키즈 오케이존’을 만들어 이곳 외에는 어린이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예스키즈존을 따로 구분해 놓는다면 노키즈존이 당연한 곳으로 여겨지면서 어린이 차별 인식이 만연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노키즈존도 자녀 관리를 소홀히 하는 일부 진상 부모들 때문에 생겨났는데, 이들이 키즈 오케이존 매장에 방문해 “키즈 오케이존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적반하장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이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키즈 오케이존이겠지만,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케어(Care) 키즈존’인데, 자녀를 동반한 고객이 아이를 적극적으로 돌보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부모에게 묻는다. 노키즈존이 늘어나며 아동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매장에서 일으킨 사고에 대해 아이를 관리하는 사람은 부모임에도 아이 관리 부실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업주에게 묻는 경우가 더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노키즈존·키즈 오케이존 등과 마찬가지로 케어키즈존에 대한 반응도 양분되는 양상이다. 노키즈존보다 합리적이라는 반응과 어린이 의자 등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조차 갖춰놓지 않고 부모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있다.
아동인권 시민단체 관계자는 “모든 가게들이 예스키즈존이 된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노키즈존, 예스키즈존, 케어키즈존 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정답인지를 따지기 시작한다면 어린이 차별 해소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상황에 맞는 키즈존을 선택하는 문제가 돼버린다”며 “부모와 업주간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를 배려하고 훈육하는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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