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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범 출금… 해외먹튀 막는다
초동단계부터 도피 원천봉쇄
거액 사취자일수록 적극 대응
피해자 보증금 환수 총력 지원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09 00:06:54
 
▲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가운데), 윤승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왼쪽),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기획 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세사기' 혐의자의 재판 전 해외 도주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피의 단계부터 출국금지를 적극 활용하는 등 선제적 대응책 강화에 나섰다. 
 
피해자가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거액을 챙겨 해외로 빠져나간 가해자로부터 실질적으로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와 검찰·경찰은 돈의 액수가 큰 피의자는 혐의 단계부터 출국금지를 통해 해외 도주로를 막는다는 '수사 지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파장과 위중성을 고려해 가해자의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조치로 출국금지 조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국금지는 경찰이 의견을 내면 검찰이 신청하고 법무부가 최종적으로 조처를 내리는 절차를 밟는다. 
 
이 같은 정부의 엄정대응 조처는 사실상 '조직범죄' 형태로 자행돼 온 전세사기의 실체가 수사 과정에서 점차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초동 단계부터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수사 실무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4월 우종수 본부장 주재 대책 회의에서 전세사기 일당을 범죄단체로 간주해 처음부터 범죄사실 소명을 위한 적극적인 증거채집 및 신병확보에 나서라고 지시하고 법무부·검찰과 법률 검토를 마쳤다. 
 
살인 사건의 경우 칼로 찔러 살해한 범죄자가 주범으로 강하게 처벌받지만 칼을 쥐어 준 종범은 약하게 처벌된다. 하지만 '범죄단체' 법률을 적용하면 칼을 건넨 종범도 살인범으로 간주하는 이치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피해자를 속이는 행위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라도 적극적으로 돈을 가로챈 주범으로 보고 사법처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세입자가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잘못된 불법 관행을 타파하고 사기범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사 실무에 밝은 다른 정부 관계자도 "돈의 단위가 크면 외국으로 도주할 우려가 크고 훗날 재판 결과에 개의치 않을 수 있어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출국금지'와 '범죄단체' 적용 지침을 적극 활용하는 배경을 밝혔다. 
   
검찰은 전국 54개 검찰청에 전세사기 전담검사 71명과 전담수사관 112명 등 총 183명을 배치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전담검사는 수사 초기부터 법무부·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법리 적용을 검토하고 이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도 직접 참여한다. 
 
특히 피해액을 고려하고 경합범 가중처벌 등을 통해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공소 유지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재경지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의 선제적 대응은 피해자가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조치로 생각된다"며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아 궐석재판으로 진행된 끝에 피해자가 이기더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공들인 수사가 '용두사미'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열달 간 2895명 검거… “법정 최고형 구형” 
수도권 등 7대 권역서 검·경·국토부 합동 단속 
이중계약 숨기고 “담보 말소”속이기도… 수법 진화 
   
올해 1월 수도권 지역과 지방 거점 지역 등 7대 권역에 '검·경 지역 핫라인'을 신설, 공조수사에 박차를 가해 온 대검찰청과 경찰청 국수본·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은 "주요 사건은 전담검사가 재판에 직접 참여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공소유지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10개월간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총 2895명을 검거하고 이 중 288명을 구속했다. 앞서 1월24일까지 6개월간 실시된 1차 특별단속에선 1941명을 검거하고 168명을 구속한 바 있다. 2차 특별단속에선 954명이 추가 검거됐고 구속자도 120명 늘어났다. 이번 발표에선 다양한 편취 수법도 공개됐다. 
 
경기 광주의 A씨는 이중계약 사실을 숨기거나 담보신탁 등기를 말소해 주겠다고 속이는 방법으로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가 이 같은 수법으로 다량의 인근 빌라를 매입하는 동안 피해자는 110명, 피해액은 123억 원으로 불어났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사기 혐의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무자본으로 대학교 인근 원룸 건물을 인수한 뒤 전세 임차인 현황 등을 허위로 고지하는 방법으로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전북 군산의 B씨에게도 역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피해자는 총 123명, 피해액만 48억여 원으로 조사됐다. 
 
국회는 전세사기 등 대규모 재산 범죄자를 경합범으로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다수 피해자에 대한 범행 의도와 방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피해자들의 피해액을 합산한 뒤 특경법을 적용해 가중처벌 하는 것을 주요 뼈대로 한다. 
 
허겸·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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