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피해까지 보상… ‘폭염보험’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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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더위에 농·수산물 보상 상품 봇물… 日선 ‘열사병 보험’도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01 10:37:37

▲ 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한 작업자가 폭염의 날씨로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우체국 택배 등 분류 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감온도 40℃에 육박하는 역대급 폭염으로 보험사들이 사람부터 동물까지 보상하는 다양한 폭염 보험상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은다.

급속한 기후변화 시대에 보험사들이 기존 실손의료보험이나 종신보험 등이 아닌 날씨에 특화된 보험상품으로 새 먹거리 시장을 개척하는 모양새다.

1일 손해보험협회·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8건의 극심한 폭염이 발생해 7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면 폭염 발생률이 1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지구 평균기온이 올라 폭염 피해가 속출하면서 이를 보상해 주는 보험상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매켄지 연구 결과 기후 등위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고 2050년에는 4%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폭염 피해 관련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최근 이들 보험사엔 폭염 피해 관련 보험 상품 문의가 2~3배 늘었고 가입 또한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관련 상품은 농작물재해보험·가축재해보험 내 폭염 재해보장 추가 특

별약관·양식 수산물 재해 보험 내 고수온 원인 수산물손해 담보 특별약관·시민 안

전 보험 등이다.

NH농협손해보험에서 내놓은 농작물재해보험은 폭염 및 화재 등으로 인한 농작물·농가 피해를 보상해 준다. 사과·배·벼 등 70개 농작물이 가입 대상이다.

가축재해보험 내 폭염 재해보장 추가특별약관은 폭염으로 가축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소·돼지·닭 등 동물 16종이 가입 대상이다.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 내 고수온 원인 수산물손해 담보 특별약관은 자연현상으로 수온이 올라 물고기가 폐사할 경우 손해를 보상한다.

시민 안전 보험은 열사병·일사병으로 죽거나 다쳤을 경우 보험 가입액을 보상한다. 가입 대상은 지자체로 해당 지자체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둔 주민은 별도 절차 없이 일괄 가입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장마철이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자 관련 보험상품 문의와 가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앞으로 여름철 폭염 관련 보험상품이 더 다양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서도 폭염 관련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본에서는 스미토모생명이 작년 4월 보험업계 최초로 열사병 특화 보험을 선보였다.

이 보험은 1일 100엔(약 900원)으로 보험계약자가 보험 기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작년 6월 말 일본에서 역대급 폭염이 발생하면서 그해 6월29일부터 사흘간 6000건 이상의 열사병 보험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손포 재팬은 23세 미만만 가입할 수 있던 열사병 입원 및 사망 환자 상해보험 특약 대상을 작년 7월부터 전 연령대로 넓혔다.

올 6월 일본 보험업계 최초로 도쿄해상은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와 제휴해 열사병으로 입원할 경우 입원 보험금 지급과 의료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놨다.

영국에선 5월 낙농업자를 대상으로 폭염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나왔다. 여름철 온도와 습도가 폭염 기준에 도달하면 각 농장의 위험도와 예산에 맞춤화된 보험금이 지급된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보험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면 일당에 해당하는 3달러를 보험 가입자 은행 계좌에 자동 입금해 폭염 시즌에 여러 차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보상한다.

같은 달 인도에선 록펠러재단이 소액 보험 스타트업인 블루마블 및 인도 여성노동조합과 제휴해 평균 기온보다 높은 폭염 상황이 사흘 이상 지속돼 수입이 줄어들면 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을 출시했다.

염전과 폐기물 재활용업 등 다양한 직종의 인도 여성 노동조합원 2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다. 록펠러재단은 보험 적용 지역을 인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지구 평균 기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폭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작년 일본에서 열사병 관련 보험상품이 최초 출시되는 등 폭염으로 인한 노동·농촌의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