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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의 연휴가 끝이 났다. 늘 그랬듯이 명절 연휴가 되면 인구에 회자될 정치 이슈에 관심이 집중된다. 작년 추석의 최고 이슈가 21대 대통령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재명 씨의 민주당 당 대표 선출이었다면, 이번 추석의 이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었다.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각 당 경선이 한창이던 재작년 추석 연휴에 이재명 경선 후보에 대한 성남시 대장동 비리 의혹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었다. 그렇다면 꼬박 2년 넘게 이재명이라는 이슈가 추석 명절을 장악한 꼴이다. 그런데 이번 추석엔 또 한 명의 화제의 인물이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이재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부장판사다.
유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약 800자에 이르는 기각 사유를 남겼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북 송금·백현동 개발사업 비리·위증교사의 세 가지 혐의 중 위증교사는 혐의가 소명되었다고 보면서도 이미 증거가 확보되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한 것은 필자가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위증교사가 바로 증거인멸 시도이기 때문에 다른 사건에서도 이재명 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송금 건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대한 이재명 주변 인물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을 인정했으면서도 아직 이재명 본인의 개입을 단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보아 증거인멸 염려를 부정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원의 ‘인신구속 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는 ‘피의자’가 아니라 ‘피의자 측’을 기준으로 증거인멸 우려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권력자나 재력가는 측근을 시켜 증거를 인멸하기 마련인데 본인은 구속을 면하고 측근들만 구속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유권무죄 무권유죄’를 법원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유 부장판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꽤 높다. 그가 대학시절부터 운동권이었기 때문에 이재명에게 유리한 결정을 했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이 점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필자가 유창훈 판사와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학과 동기라서 그의 행적을 조금 아는데 그는 학생운동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사법시험을 준비해서 엘리트 판사의 길을 갔을 따름이다. 그래서 필자는 유창훈 판사 한 명에 대한 비난보다는 영장 재판의 현실을 지적해 보고 싶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가 범죄 혐의와 주거부정·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임을 일반인도 잘 알게 되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 중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에 대한 결정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법원 예규는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변호사 업계에선 영장 재판을 흔히 ‘원님 재판’으로 부른다. 쉽게 말해 판사, 즉 원님 맘대로 결정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필자가 올해 1월경에 맡은 음주운전 사건을 예로 들고 싶다. 이 사건 피의자는 운전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알콜농도 0.07%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 과거에 음주운전 경력이 있을 경우 제재 기간이 1년이 아니라 2년 이상으로 가중된다. 그런데 운전을 생업으로 하다 보니 어떻게든 처분이 안 나오게 끌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마침 음주운전 2회만 돼도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다. 그래서 음주운전 2회 이상이면 면허정지·취소 기간을 가중하는 부분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볼 만했다. 집행만 정지되면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2년 정도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고 해서 황당했다. 이 사람은 주거가 확실하고 만 58세로 이제 젊은 나이도 아니었다. 음주운전 사건은 인멸할 증거도 없다. 유일한 약점은 과거에 잦은 음주운전으로 4개월간 복역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16년 전 일이라서 영장청구가 심한 것으로 보였는데 영장이 덜컥 발부되어 버렸다. 나중에 1심에서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전 구속이 손해는 아니었다.
이 사안이 말해 주는 것은 범죄 혐의가 상당히 소명되고 본 재판에서 집행유예의 여지 없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면 그 자체로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살인·강도·강간 같은 강력 사건이 특히 그런데 초범일지라도 피의자들이 도망할 우려가 크다고 보아 거의 예외 없이 사전에 구속하고 있다.
문제는 강력 사건이 아닌 사안의 경우에는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구속 결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음주운전 사건이 원칙이라면 이재명 사건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이다. 이번에 영장이 청구된 대북 송금과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혐의뿐 아니라 이미 기소된 대장동 배임 건, 그리고 성남FC 제3자 뇌물수수 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건까지 포함해 몇 개만 유죄가 나와도 10년 이상 중형이 불가피하다. 조국 씨 사건도 그렇다. 그의 부인 정경심 씨가 징역 4년 실형을 선고 받았고 그에게도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되었다. 그렇다면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보아 구속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재명 씨가 제1 야당의 대표가 아니라면, 조국 씨가 서울대 교수이자 전직 법무장관이 아니라면 이런 부조리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영장 재판이 이렇게 망가진 데는 판사들의 일관성 없는 결정뿐 아니라 영장실질심사 제도 자체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다음 회에 이 문제를 계속 다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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