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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도척의 개’ ‘조폭 행동대’ 자인하는 의원들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19 06:31:2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조폭 영화의 원조랄 수 있는 ‘대부’(1973), 그와 비슷한 구성의 ‘신세계’(2013) 등에 등장하는 조직원들이 보스에게 충성하는 이유는 먹을 것을 챙겨 주기 때문이다. 의리나 충성을 맹세하지만 실제로는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보스에게 충성하겠다는 말은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처럼 영혼 없는 구호로 들릴 뿐 이익이 눈앞에 보이면 주저없이 돌변한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고사가 ‘도척의 개’(盜跖之犬)다. 도척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악명 높았던 도적이다. 그래도 개는 귀여워했던지 관련된 일화가 전해진다. 그가 키우던 개는 주인이 악명 높은 사람인지, 나이가 들었는지, 신분이 높은지 낮은지 따위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중요한 문제는 밥그릇에 제때 밥을 챙겨 주는가이다. 그래서 주인을 볼 때마다 꼬리를 흔들고 상대가 누구든 물라고 하면 물고 짖으라고 하면 짖는다. 말을 잘 들을수록 밥을 잘 먹을 수 있고 귀여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도척의 개’다. 그런 개지만 주인을 배반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인간 세계에선 자신의 손익을 따져 배신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개는 주인이 어떤 인물이건 가리지 않고, 이익의 많고 적음도 계산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개가 사람보다 더 충직하기는 하다. 오죽하면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욕이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볼 때마다 범죄 집단의 조직원들과 도척의 개가 겹쳐 떠오른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모두 168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거대 야당으로 과반을 넘는 압도적 다수의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3분의 2 이상 참석과 의결로 이루어지는 개헌,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는 입법, 대통령 탄핵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 의원 과반 의석과 참석의원 과반의 의결로 통과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며 검수완박을 결의했고, 접경지대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골자로 한 남북관계발전법을 통과시켰다. 이태원 압사 사고의 책임을 물어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도 했고 무슨 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사항도 적시하지 않은 채 국무총리 해임결의도 밀어붙였다. 사상 처음으로 검사 탄핵도 통과시키고 대법원장 임명안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하듯이 부결시켰다. 여러 직업군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간호사법 개정안,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법안의 의결은 재의 요구로 최종 발효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도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경우엔 법률적인 위반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으나, 그것을 보고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검사탄핵안은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에게 실행 의무가 없는 권고 사항은 단지 의결로 그치는 경우도 있다. 
 
검찰수사권 축소와 북한 김여정의 하명법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대북전단금지법은 전임 대통령이 주문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무작정 결의로 통과되었지만 검찰 수사권 축소는 시행령 개정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은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막는 위법한 법률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무력화되었다. 그런데도 비판 여론을 모른 척하며 의석수를 앞세워 거듭 의결을 강행한다. 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힘을 과시하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법이 발효되지 못한 것은 대통령 탓이라는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더라도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검사·판사 출신도 있고 교수·의사 같은 일을 하던 경우도 있다. 대부분 평균인 이상의 전문지식이나 윤리적 기준을 갖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집단 속에서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성원이며 각자가 헌법기관이다. 국민을 대의하는 대표자이며 새로운 법률을 만들 수도 있고 입법을 막을 수도 있다. 회기 중에는 체포당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을 비롯하여 시정의 일반인이라면 누릴 수 없는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가에선 정책을 연구하고 입법 활동을 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들에게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은 막말을 내뱉거나 회기 도중 회의장에서 코인 거래를 하는 범죄인을 영웅인 양 치켜세우기도 하는 등 엽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국민의 대표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각종 혜택은 누리면서도 개개로 독립하지 않고 패거리화한 집단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은 조폭의 행동대나 도척의 개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국회의원임을 자부한다면 최소한 개나 조폭에 비유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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