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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가르치다 보면 조상의 유머 감각에 놀라게 될 때가 많다. 순우리말로 동쪽을 ‘새’라고 한다. 그래서 동풍을 샛바람이라고 하고, 동쪽에 새벽에 보이는 별을 ‘샛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효성(曉星) 혹은 금성(金星)이라고도 한다. 이 별은 이름이 참으로 많다. 영어로는 비너스, 한자로는 계명성, 신성(晨星)이고 우리말로는 샛별이다.
샛별은 한자로 여러 가지 이름이 있지만 우리말로도 다양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그중 재미있는 이름이 바로 ‘개밥바라기’이다. 아마 이 이름을 처음 듣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샛별이 새벽에 뜨는 금성이라고 한다면 ‘개밥바라기’는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이르는 말이다. ‘저녁에 개가 배가 고파서 저녁밥을 바랄 무렵에 서쪽 하늘에 뜨는 별’이라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저녁샛별이라고도 하고 태백성·장경성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니 금성이라는 단어 하나에서 파생된 별 이름이 얼마나 화려(?)하고 다양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명의 달인들인 것 같다. 아침에는 샛별·저녁에는 개밥바라기, 또 한자로는 계명성(啟明星·밝음을 여는 별)이라고 하니 모두 정겨운 말들이 아닌가?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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