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범인이 되었나?” 영화 ‘소년들’과 삼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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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소년들과
진실을 찾아 나서는 수사관의 이야기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19 09:35:55

▲ 영화 ‘소년들’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소년들’ 스틸 컷

1999년 전북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동네 소년 3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내몰린 이들은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받는다.

이번 주 박스오피스 3위, 1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44만여 명을 기록하고 있는 ‘소년들’은 실화인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배우 박서준의 첫 할리우드 데뷔작 ‘더 마블스’(누적 52만여 명), 미야자키 하야오 10년 만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누적 176만여 명)의 위세에 눌려 있긴 하지만 한국의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떠받치며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진실의 조각을 찾아 나서는 수사반장 황준철(설경구), 불의한 엘리트 경찰 최우성(유준상), 관객을 긴장케 하는 목격자 윤미숙(진경)은 각각 정의·불의·혼돈의 역할을 충실하게 떠맡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지 16년 만에 재심을 이끌어 기어코 진실을 밝히고 만 박준영 변호사의 쾌거가 떠올라 마음이 환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받으면 안 된다(It is better that ten guilty persons escape than that one innocent suffer)는 법학자 윌리엄 블랙스톤의 ‘무죄추정의 원칙’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가 세계멸망을 예언했던 해다. 당시 컴퓨터가 00을 인식하지 못해 대재앙이 발생할 거라는 밀레니엄 버그의 공포에, IMF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했다.

1999년 2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가 강도가 침입한다. 집주인의 현금과 패물을 빼앗은 이들은 옆방에서 자고 있던 할머니의 입을 틀어막아 질식사에 이르게 한다.

경찰은 19·20세 동네 청년 3명을 체포하여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은 이들을 강도치사 혐의로 기소한다. 청년들이 징역살이에 들어간 이듬해인 2000년 갑자기 부산에서 한 청년이 등장해 자신이 진범임을 주장한다.

부산지검은 사건을 전주지검으로 이송하고 전주지검은 어처구니없게도 사건을 기존 검사에게 다시 배당한다. 해당 검사는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한다.

그리고 2014년 이들의 이야기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사건 발생 17년 만인 2016년, 전주지법은 재심을 결정한다. 피고인들의 잦은 번복과 상황적 모순이 무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다. 재심 판결문이 공개한 모순적 상황은 한두 개가 아니다.

△피해자는 범인 중 한 명이 경상도 말씨를 쓴다고 했으나 피고인 3인 모두 익산 토박이 △피고인들은 담을 넘어 들어갔다고 진술했으나 피해자는 대문이 고장 나 열려 있었다고 증언 △피고인들은 현금 43만 원을 빼앗았다고 했으나 피해자는 현금 10만 원만 빼앗김 △피고인들은 할머니 얼굴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고 했으나 시신에서는 흔적 안 보임 △하천에 버렸다는 패물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음 △피고인들이 빼앗았다는 은반지에 대해 피해자가 우리 것이 아니라고 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