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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를 맞는 것은 아무리 자주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매번 고통이고 스트레스다. 피하주사·근육주사처럼 짧은 시간 접종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맥이나 동맥에 바늘을 꽂아야 하는 주사라면 사람에 따라서는 더 고통이고 두렵다. 이 외에도 주사는 사람에 따라서 혈전 생성과 과민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훈련 받은 전문 의료인이 아니면 접종 대상자 스스로 주사를 놓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주사바늘의 단점에서 해방시켜 줄 약물전달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이 바로 ‘마이크로니들’(MN·Microneedles)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부터 5분의 1 굵기인 50~1500㎛(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무수히 많은 미세한 바늘이 달린 패치제를 피부에 붙여 약물이 피부를 통과해 유효성분을 신체에 전달시키는 경피 약물전달시스템(TDDS·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이다.
이러한 개념은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최초의 개념은 1971년 미국의 가스트렐과 플레이스가 고체 및 할로우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첫 특허를 등록한 이래로 발전해 온 신기술이다.
1970년대 이후 산업에서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비롯한 미세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2000년대부터 개념으로만 전해진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 됐다.
여러 제형이 공존하는 마이크로니들 시장
연구되고 있는 마이크로니들의 제형에는 크게 몇 가지가 있다. 투여 방식에 따라 고체(solid)·코팅(coated)·용해성(dissolving)·할로우(hollow)·하이드로겔 형성(hydrogel forming) 방식의 마이크로니들 등이 개발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달 출간한 마이크로니들 연구·개발(R&D)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에 개발된 방식이 고체 마이크로니들이다. 금속의 마이크로니들을 사용해 피부에 구멍을 뚫고 그 위에 용액·크림·패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코팅 마이크로니들은 마이크로니들 표면을 약물 또는 백신이 포함된 제제로 코팅해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코팅할 수 있는 약물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코팅이 두꺼울 경우 마이크로니들의 뾰족한 끝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약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 전달에 적합하다고 알려졌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생분해성으로 구성된 마이크로니들이 피부에 삽입된 뒤 미세한 바늘이 체내에 용해돼 약물이 주입되는 방식이다.
할로우 마이크로니들은 주사 바늘처럼 미세 바늘 내부에 관이 형성돼 있어 약물이 관을 타고 피부에 전달된다. 마이크로미터 굵기의 관을 제조해야 되기 때문에 미세 제조 공정이 필요하며 제조에 많은 비용이 든다.
하이드로겔 형성 마이크로니들은 약물이 탑재되지 않은 하이드로겔 소재의 마이크로니들을 약물이 탑재된 판 부분과 결합해 피부에 눌려진 뒤 간질액에 의해 약물이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전달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니들은 개발 목적(△백신 접종 △피부과 치료 △화장품 △간질액 샘플링·바이오마커 감시 △질병 진단 △홈헬스케어 등)에 따라 제형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고체·할로우·용해성 마이크로니들 등이 각기 다른 시장을 형성하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형별 마이크로니들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각각 △고체 마이크로니들 62.1%(3억9960만 달러(약 5200억 원)) △할로우 마이크로니들 24.9%(1억6040만 달러)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13.1%(8400만 달러)를 차지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30년에는 각 제형별 마이크로니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고체 마이크로니들 4.8%(6억4470만 달러) △할로우 마이크로니들 7.7%(3억3590만 달러)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10.3%(2억233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니들 R&D에서 한국이 앞서고 있어
마이크로니들 R&D 경쟁은 세계적이다. 자주 거론되고 있는 기업으로는 라파스·아이큐어 계열사 커서스바이오·쿼드메디슨 등의 국내 기업부터 마이크론 바이오·백사스·테라젝 등과 같은 해외 기업까지 저마다 제품의 특성을 가지고 많은 기업들이 개발 중이다.
국가별 특허출원 점유율은 △일본 42% △한국 39% △중국 14% △미국 4% △유럽연합 2% 순이다.
마이크로니들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량생산이다. 개발된 제품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각 기업들은 제형의 안정적인 약물 전달 성능은 기본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연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한국이 제일 앞서나간다”며 “특히 생분해성 제형 기술에서는 한국의 기술이 앞선다”고 평가했다. 금형이 없는 프리몰딩 방식부터 솔벤트 캐스팅 방식까지 대량 생산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 기업 라파스는 피부미용 시장에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품를 출시해 이미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용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외 제약회사와 협업 중이다. 북미 시장에서 여드름·흉터개선용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를 일반의약품으로 미국 헤이데이에 납품했다.
아이큐어 계열사 커서스바이오는 피하주사 제형과 동일한 양의 약물 탑재가 가능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연구·개발 성공했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나아가 대량 생산 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신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TDDS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전염병에 놀란 전 세계가 차세대 백신 전달 기술로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낙점하며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마이크론)은 개발 중인 TDDS 기술인 마이크로어레이를 이용해 빌&멜린다 재단의 지원을 받아 내열성을 지닌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했다. 의료가 취약한 지역에서도 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고 감비아에서 홍역·풍진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마이크론은 감비아에서 마이크로어레이 기술을 이용한 성인·유아 및 9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홍역·풍진 백신의 안전성·면역원성 및 수용성을 평가한 1상/2상 연구의 성공적인 임상 데이터를 5월에 발표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마이크로어레이를 이용한 백신 접종은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했으며 알레르기 반응이나 관련 심각한 이상 반응이 없었다. 수용성 설문조사에 참여한 임상시험에 등록한 영유아 부모 중 90% 이상이 마이크로어레이 기술이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데 있어 피하주사보다 낫다고 답했다.
한편 2020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10대 미래유망기술로 마이크로니들을 선정했다. 마이크로니들이 미래유망기술로 선정된 이유는 주사에 비해 효율적인 약물 전달이 가능하고 바이오센서와 결합해 혈액 등을 채취할 수 있어 건강 상태를 직접 테스트할 수 있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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