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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1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정부·여당의 사법 장악 시도를 규탄하는 장외 집회를 벌였다. 27일에는 서울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을 ‘사법 장악’으로 규정하고 강경 투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입법·행정), 간접 선출 권력(사법)”이라고 서열을 밝히면서다. 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위헌적 발언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을 만드는 사람, 법을 집행하는 사람과 법에 따라 심판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게 삼권분립의 정신이자 공정한 법치의 기본인데 특별재판부는 삼권분립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작지 않다. 여권의 인식 개선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그렇다 해도 장동혁 대표의 국민의힘은 ‘반탄’ 등 아직도 ‘탄핵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떼지 못해 안타깝다. 국민의힘은 시대정신 구현은 고사하고 역사적 퇴행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난데없는 계엄 선포 자체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여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기는커녕 계엄과 탄핵을 놓고 잘했네, 잘못했네 집안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딱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장동혁 대표가 기독교계 단체들을 잇따라 방문해 이재명정부에 대한 견제에 함께 나서 달라고 부탁했지만 교계 원로 인사들은 “계몽령이라고 하는 그런 말의 유희로는 설명이 안 된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의 강을 건너는 게 좋겠다”고 쓴 소리를 하지 않았던가.
자기 정체성과 시대정신 확립이 중요한데 지금 국민의힘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로 계속 가다가는 국민의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민심과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보수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정권 창출이라는 미래 희망을 키우기 위해선 전한길 씨 같은 극우 인사들과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전씨와 함께 공천개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서부지법 폭동 사태’ 배후로 수사받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 이른바 ‘3전(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보수 진영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국민 일반의 여론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3전’ 리스크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이 공당(公黨)으로서 위상이 무너져 내린 것을 방증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그렇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헌법적이고 뜬금없는 계엄 선포나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은 불가피하지만 가능하면 범위는 좁게, 기간은 짧게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반대로 더 센 특검을 말하고, 여기에다 위헌적인 내란특별재판부까지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는 헌정질서 파괴 우려를 사는 위헌 요소가 다분하기에 재고해야 마땅하다.
작금 대한민국은 격동의 글로벌 시대에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소모적인 끝없는 정쟁을 접고 통합 리더십을 발휘해야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누구보다 정치권에 주어진 책무가 크고 무거움을 재인식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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