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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은 인격이다. 언행이 바르고 일치되는 사람을 인격자라고 하는 이유다. 말은 개인의 인격을 넘어 한 사회의 문화 수준을 상징하기도 한다. 언어는 사물의 의미를 규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어 폭언이나 실언은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낳는다. 누구보다 사회 지도층은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야는 사사건건 막말 시리즈를 양산하고 있다. "2찍들은 한날한시에 싹 모아다가 묻어 버리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등 끔찍한 언어 폭력이다.
어디 이뿐인가. 구독자 200여만 명을 가지고 있는 유튜버 김어준 씨가 조직개편 반대로 상복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향해 “불만이면 퇴사하라”고 한 발언에 비판 여론이 거세다. 김씨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금감원 직원들의) 퇴사를 전원 다 받고 새로 뽑아야 한다. 그분들 개인의 삶에서는 납득할 만한 불만이니 퇴사 처리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의 발언 이후 금감원 내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사내 게시판에는 연이어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직원 다수는 김씨의 발언으로 조직이 크게 상처받았다며 상당수의 직원이 한 가정의 가장이고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너무 쉽게 한 말이라고 분노 어린 질타를 가하고 있다.
“김씨가 내뱉은 말은 금감원 직원들이 처한 현실을 거의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지탄의 내용이다.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퇴사 후 상당 기간 금융업계로 취업이 제한된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이는 퇴직한 뒤 특정 업체에 취업하기 위해 재직 중 특혜를 주거나 퇴직 후에도 기밀 정보 등을 이용하는 것을 막아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립하려는 취지다.
군필 기준으로 입사 후 5년 된 직원으로 30대 중반도 대다수인데 퇴사 후에도 마땅히 취업할 곳을 찾기도 어렵게 돼 생계가 막막하게 됨을 모르는 소치에서 김씨는 망발을 해댄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이 상복 시위에 나서면서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성명서 등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성명서에는 금융위 직원 일동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정치권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해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당정이 특검법과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협치 대상에 올렸으나 무산되면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조직개편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김어준 씨는 “용산 이재명·여의도 정청래·충정로 김어준 대통령” 소리를 듣고 있지만 자중해야 한다. 자신이 마치 이재명정부의 ‘상왕(上王)’이라도 된 것처럼 처신해선 부메랑이 작지 않을 것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오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김어준 씨를 작심 비판했겠는가.
구독자가 많다는 이유로 현실 정치에서 후보자를 선택하거나 후보자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개입하는 행태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해치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김어준 씨 같은 ‘언론 종사자’는 사회 공익에 반하는 퇴행적 언행을 삼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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