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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을 앞둔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 회고록 내용에 민주당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9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나흘 후 나올 회고록 ‘107일’(총 320쪽)의 미리 알려진 내용과 그에 대한 반응을 자세히 소개했다. 107일이란 작년 7월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중도 포기한 후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서 보낸 선거운동 일수를 가리킨다. 특히 자신의 상사였던 바이든을 비롯해 당내 주요 인사들을 비판하고 있어 대선 패배 이래 불거진 자중지란의 격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FT는 해리스가 회고록에서 “(민주당 주요 인사들을) 인정사정 없이 공격했다”고 총평했다. 심지어 “돌아올 다리를 불태운 것”에 비유하며 해리스가 당내 동료들과의 절연을 각오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차기 민주당 주자로 거론된 인사들을 향해 특히 고강도 비판을 했고 바이든에 대해서도 부정적 에피소드를 폭로했다. 해리스 회고록 내용에 가장 구체적인 의견을 보인 것은 18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답한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이다.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으며 2028년 출마를 고민 중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해리스는 회고록에서 “동성애자인 부티지지를 러닝메이트(부통령)로 지명하기엔 위험이 너무 컸다”며 자신이 ‘이성애자 백인 남자’였다면 부티지지는 이상적인 파트너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와 반대자들 양쪽에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대인 남성과 결혼한 흑인 여성”으로 “이미 많은 것을 미국인들에게 요구하고 있었다”며 여기에 동성애자 부통령 후보가 더해지면 선거공학상 부담스러운 조합이었으리라 본 것이다. 다만 해리스의 다층적 정체성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 측면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트럼프 측에서 끝까지 불복한 2020년 대선 바이든 득표를 제외하면 작년 해리스 득표(7500만 이상)가 민주당 사상 최고치였다.
부티지지는 해리스가 회고록에서 자신과 관련해 언급한 대목에 “놀랐다”고 일단 총평했다. 이어 “미국인들 수준이 그런 정도보단 높다고 믿는다”며 “내 정치 경험에 비춰 볼 때 유권자들 신뢰를 얻는 방법은 (정치인의) 유형 분류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달렸다. 그런 믿음 없이 대통령 출마를 했을 리 없다”고 꼬집었다.
부통령 후보로 고려된 인사들 중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겐 더욱 차가운 평가를 했다. 해리스는 셔피로가 “차분하고 세련된 호감형”이긴 하지만 “2인자 역할에 만족하지 않을 것 같아 불편했다”면서 그런 현실을 “(러닝메이트 셔피로의) 비현실적 기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 가운데 가장 비범한 능력과 성공적인 정치 이력을 인정받아 온 셔피로가 인선에서 제외된 결정적 이유는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을 둘러싼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뜨거웠고 대(對)유대인 여론이 역대 최악이었다.
해리스 회고록 내용에 셔피로 지사의 언론비서관 마누엘 본더는 “(셔피로 지사가) 도널드 트럼프를 꺾는 것 외 다른 것에 집중했다니 어불성설”이라며 “셔피로 지사는 해리스-월즈 팀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선거운동을 했다. 셔피로 지사 본인 말대로 그 과정의 결말은 그에게나 (해리스) 부통령에게나 매우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었다(deeply personal)”고 강조했다. 선거 과정 및 결과의 무게감·충격이 컸다는 것을 돌려말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해리스는 또 러닝메이트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주 지사가 부통령 후보 TV토론 때 공화당 JD 밴스에게 “말려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TV 토론을 보면서 화면 속 월즈에게 “당신, 러닝메이트(해리스) 공격자(밴스)와 친구하려고 거기 있는 게 아니잖아”라며 개탄한 것을 회고했다. 월즈가 밴스의 공세에 해리스를 충분히 방어해주지 못했다는 것인데, 논리력·언변이 탁월한 밴스가 월즈를 시종일관 압도한 사실을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월즈 지사의 공보담당자는 FT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월즈는 최근 미네소타 주지사 3선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트럼프와 각을 세우며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관한 내용도 있다. 바이든의 재선 포기 및 해리스 지지 선언 직후 해리스가 뉴섬에게 연락했으나 “등산 중. 콜백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 답신이 있었을 뿐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한다. 뉴섬 지사의 공보담당자 역시 FT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바이든에 대해서도 불평어린 내용 위주였다. 해리스는 트럼프와 토론을 벌이기 몇 시간 전에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바이든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동생이 전화를 했는데 필라델피아의 파워 브로커(권력 중개인)들 말로 해리스가 바이든 험담을 하고 다닌다더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또한 “(2020 대선) 저번엔 내가 그(트럼프)를 이겼지만 (작년 6월) 마지막 토론에선 몸이 안 좋았다” 등 변명조의 말을 늘어놨다는 것도 거론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해리스의 토론 실력에 우려의 목소리가 무성했기에 한동 TV토론 대비 맹훈련을 마친 터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리스는 “도대체 왜 하필 그 시점에 그런 전화를 걸어 자기 얘기만 늘어놓나 도저히 알 수 없었다”며, 그의 전화가 “가장 중요한 경합주(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필라델피아) 걱정으로 (트럼프와의 첫TV토론 직전의) 내 주의를 흐트렸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 법무부 공보실장을 지낸 앤서니 콜리가 엑스(X) 글로 “일부러 그(해리스)를 방해하려 했든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든지 둘 중 하나”라며 “전자라면 잘못된 근시안적 자해행위, 후자라면 훨씬 더 골치아픈 일”이라고 꼬집었다. FT에 따르면 바이든 측에도 동일한 요청을 했으나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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