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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제국의 꽃’ [229] 근왕파의 활동
광무 황제의 신분 개혁 정책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05 18:33:08
     
폐하, 신 홍종우 문안 드리옵니다.”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의 눈·잘생긴 코를 지닌 비서원승 홍종우가 황제에게 나아와 허리를 굽혔다.
 
그간 수고가 많았네.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가 워낙 거세게 나오니 아니 그러한가?”
 
부드러운 황제의 음성이다. 홍종우는 최근 황국협회를 결성하여 독립협회에 대항했고 며칠 전 만민공동회 해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물이다. 홍종우는 한미한 몰락 사족의 가문에서 출생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홍종우는 프랑스 정치사상이 일본의 메이지유신에 영향을 끼쳤음을 알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였다. 1888년 도쿄에 간 홍종우는 아사히신문사 촉탁 식자공으로 일하며 학비를 마련하였다. 그는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으로 2년 동안 춘향전·심청전 등을 불역하며 정치·사회 활동을 하다가 귀국해서는 왕명에 따라 친일개화파 김옥균을 처단하고 별시를 통해 출사해 근왕파가 된 인물이다.
 
폐하께서는 강건하시옵니까? 춥고 궂은 날씨에 옥외에서 민심을 살피시느라 옥체가 미령하지 않으신지 염려되옵니다.”
 
홍종우가 조용한 음성으로 나직이 여쭈었다.
 
그대가 있어 짐은 아주 든든하다. 이제 온갖 반역의 무리를 잠재웠으니 군대를 튼튼히 하고 교육을 살릴 일만 남지 않았는가.”
 
미욱한 신이 프랑스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신식 학교였나이다, 폐하!”
 
그대 또한 짐과 같은 마음이지. 대한은 근대화가 절실하고 그 근대화는 유구한 역사가 갖는 전통 가치에 기반해야 할 것이야.”
 
폐하께서 그리 백성을 보살피시니 신과 같이 미천한 자도 이리 곁에서 폐하를 모실 수 있사옵니다.”
 
홍종우를 비롯한 소위 근왕파는 광무 황제의 신분 개혁 정책이 있어 가능했다. 그것은 갑오경장이전부터 추진해 온 것이고 대한제국기 광무개혁으로 완성된 것이다. 광무 연간의 실질적 신분해방 조치와 탈신분적 공직 등용 정책으로 서자나 중인, 병졸과 하급장교, 변방의 양민·천민 출신들이 명문 가문 후예들을 밀쳐 내고 근왕직(勤王職)에 참여하는 현상이 다반사가 되었다. 중인·서인·천민 출신들이 근왕직의 고위층으로 승진하는 추세는 독립협회 해산 이후 더욱 일상화되었다.
 
광무 황제는 김홍집·김윤식·유길준 등 친일 역적들과 믿을 수 없는 안경수·윤치호·이완용·이윤용 등 표리부동한 친일 세력을 제거했고, 독립협회의 변란이 진압된 후 원수부·군부·궁내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근왕 세력을 육성해 국가 개혁과 근대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방대한 근왕 세력이 형성되었다. 근왕직에 가까운 고위 관리들은 과거와 무관하게 신식 교육을 받거나 근대적 업무를 경험한 신진 세력이었다.
 
새로 형성된 근왕파는 비교적 한미한 가문에서 성장하고 발탁되어 대한제국기에 고종을 직접 뒷받침하며 두드러진 활동을 했다. 이 시기에 이들은 개혁의 실행 차원에서 상호 긴밀한 관계를 맺고서 활동했고 황제의 특별한 신임 아래 현실적 이해관계에서도 계파 갈등을 초월해 있었으며 강한 배일 감정과 대(對)러시아 자주 성향을 보였다.
 
이제까지의 골치 아픈 일은 잠시 잊고 오늘은 경과 함께 심청전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떠하겠는가? 그대는 심청전을 불란서말로 번역하여 파리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는가 말이다.”
 
광무 황제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황제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대한의 인재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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