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울림] 김일성도 못 한 걸 나는 단박에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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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29 06:31:10

코로나19로 저승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났고 나이도 70 문턱을 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저승꽃이 참 많이도 폈다. 내가 보기에도 아주 구질구질해 보였지만 세월의 흔적을 어찌 지울 수 있겠는가 하며 검버섯들을 무슨 훈장처럼 그냥 달고 살아왔다.

그런데 딸들이 볼 때마다 “아버지 얼굴의 점 좀 빼라”며 지청구를 한다. 처음에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그런데 밖에 나갈 때마다 한국 노인들의 얼굴을 보면 하나 같이 깨끗했다. 나 자신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는 동네 피부 전문병원엘 갔다. 상담사는 나의 얼굴을 보더니 시술 시간은 10~20분 정도 걸리며 금액은 40만 원이 좀 넘는다고 한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뭐 그 정도 돈을 가지고 발발 떠냐?”고 비웃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자기 자신에게 그만큼도 투자를 안 하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상담사의 입에서 10여 분 시술하고 40만 원 넘게 내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런 도둑을 봤나?” 하는 반발심이 치밀었다. 나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며 병원을 나와 다시는 점 빼는 문제 때문에 병원엘 가진 않았다.

딸들은 자기네가 돈을 주겠으니 당장 빼라고 계속 조른다. 그때마다 나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가꾸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심리를 악용하여 돈을 왕창 갈취하는 자들이 미워서 안 할 뿐이다”고 일축해 버리곤 했다.

그때마다 딸들은 “이 세상에 우리 아버지를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하며 빈정댔다. 마누라는 한술 더 떠서 “너희들은 그걸 이제야 알았냐? 나는 일생을 그러고 살았다”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못 들은 척했다.

그런데 며칠 전 한 친구가 “김 선생! 제가 잘 아는 병원에서는 싼 값에 시술도 잘 하는데 한번 가 봅시다” 했다. 사실 나도 겉으로는 딸들의 지청구를 못 들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점을 뽑기는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 친구에게 당장 가자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예약부터 하라며 전화번호를 준다. 병원에 전화해 예약을 한 뒤 약속된 날 그 친구와 함께 병원에 갔다. 병원은 그리 크지 않은데 사람이 많아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서야 시술을 받았다. 병원에선 시술 후 1주일 동안 술을 마시지 말라·세수를 하지 말라는 등 지시 사항이 수두룩했다. 그렇게 며칠을 참고 참다가 한 주일 전에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던 검은 저승꽃들이 싹 사라지고 얼굴이 깨끗해졌다. 참 신기했다. 마누라와 딸들이 나보다도 더 감탄하며 좋아한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쉽고 좋은 것을 왜 북한의 그 대단한 존엄 김일성이는 죽을 때까지 그 많은 저승꽃을 그대로 달고 살았을까?”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는 별걸 다 가지고 요란을 떤다고 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한국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이런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내가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북한에는 김일성 가문을 위한 전문병원과 그 병원을 위한 특급 중앙기관인 보건1국이 있다. 또 김일성 가문을 위한 약품과 의료기구를 수입하는 전문 무역회사와 수입 약을 인체 실험하는 병원도 따로 있다. 김일성을 위한 만수무강연구소까지 있다.

그런데도 김일성은 생전에 그렇게도 없애고 싶어 했던 얼굴의 검버섯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김정일이는 김일성 곁에 분장사를 두고 얼굴의 검버섯을 화장으로 감추라고 했다. 그러나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일성은 외교 석상에서도 자기는 빨치산 투쟁을 할 때 추운 겨울에 한지에서 자면서 얼굴이 너무 얼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항상 변명하곤 했다.

김일성에 비하면 나 같은 사람은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나는 겨우 10분 만에 단돈 12만 원을 내고 김일성이 그렇게 지우고 싶어도 못 지운 채 일생을 달고 살았던 검은 흔적들을 말끔히 지웠다. 그러니 내가 감격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외국에 나가 있을 때 그 나라 여인들이 예뻐져서 팔자를 고치려면 “사우스 코리아엘 갔다 와야 한다”고 말하던 이유를 알겠다. 어려울 때 외국으로 이민 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도 알겠다.

그런데 정작 이 나라의 주인들은 자기 나라의 위대함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이 위대함과 풍요를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도 그 감사함을 모르고 오히려 ‘헬 조선’이라고 비난한다. 아니 그런 사람들은 한국의 단물을 빨아먹으면서 뒤로는 한국을 북한과 같은 ‘헬 조선’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인간들의 감사함과 애국심은 극히 작은 것에서부터 생기는 법이다. 한국인들은 자기 선대와 부모님이 이루어 놓은 이 위대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간직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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