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와 싸우는 배달 노동자… 건강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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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종사자 한랭 질환 주의보
이동 노동자 쉼터 69곳 불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28 17:20:00

▲ 체감온도 2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수도권을 강타하면서 전국 23만 배달노동자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노동 당국은 이들을 위한 방한용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자체는 이동 노동자 쉼터를 운영해 추위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디자인=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최강 한파가 몰아치면서 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파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야외작업에 임하는 종사자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적으로 2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배달 노동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섰으나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낮에도 체감기온 영하 20도의 강추위가 몰아닥쳐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한랭 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이동노동자들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배달라이더·퀵서비스·대리운전 기사 등 이동노동자의 쉴 권리를 위해 운영하는 거점형 쉼터 ‘휴(休) 서울노동자 쉼터’에는 강추위 속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들린 이동노동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휴 서울노동자 쉼터’는 건물 내부에 조성된 휴식공간이다. 컴퓨터·안마 의자·혈압측정기·휴대폰 충전기 등이 비치됐으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되는 이곳은 퀵·택배 배달기사, 대리기사 등 사무실이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열린 공간이다.

이곳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 A씨는 평소보다 배달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한랭 질환을 우려했다. 그는 “쉴 수 있는 곳도 없는 데다 귀가 에일 듯한 추위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야 한다”며 “손·얼굴은 다 튼 데다 쉴 틈 없이 뛰어다녀야 한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퀵서비스를 하는 B씨도 “평소와 작업량은 같지만 퀵서비스 특성상 오토바이를 장시간 타야 하는 만큼 발이 얼 것 같은 추위는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쉬고 싶어도 돈을 벌기 위해 잠시도 쉴 수 없는 게 배달노동자의 현실이다. 실제 배달노동자는 저체온증·동상·동창과 같은 한랭 질환에 자주 노출된다. 겨울철 배달을 위해 패딩과 발열 조끼·방한화 등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방한용품까지 동원해도 스며드는 한파를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는 이들에겐 혹독한 시간이다.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 휴 쉼터와 같은 이동 노동자 쉼터는 전국 69곳에 불과하다. 지하에 있거나 건물 고층에 있어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고용노동부는 겨울철을 맞아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한랭 질환을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저체온증과 동상 예방을 위해 여러 겹의 옷과 모자, 보온 장갑과 보온 신발을 착용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작업자가 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따뜻한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는 당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 당국은 한랭질환 예방수칙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노동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한파에 취약한 건설 현장 등 옥외작업이 많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랭질환 예방수칙과 동절기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 중이다. 배달 라이더 등 이동노동자들에게는 쉼터 정보를 제공하고 핫팩과 귀마개 등 보조용품을 지급하고 근로자 건강센터를 통한 상담·간이 진료를 강화하고 있다.

류경희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한파로 뇌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고혈압 등 기저질환자나 고령자 등에 대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며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따뜻한 장소에서 주기적으로 휴식하게 하는 등 옥외작업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