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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좌파 담론에 빠진 한동훈의 말놀이 유감
▲ 정치부장·부국장
‘국민 눈높이’란 더없이 두루뭉술 애매한 표현이다. 그러나 귀에 착 안기는 마법의 어휘이기도 하다. 주요 외국어들의 경우를 따져본 결과 우리나라보다 시민사회의 역사가 긴 서유럽이나 미국, 세계 제2차대전에서의 패전 후 미국식 민주주의가 이식된 일본에선 쓰이지 않는 듯하다. 중화권에서 있을 만한 곳은 대만뿐인데 아직 못 찾았다. 앞으로 생길 수는 있겠다.
 
‘국민 눈높이’, 이 어휘의 존재 자체가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한다고 판단된다. 사회학자 송건호는 저서 ‘한국인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에서 대한민국을 불평등구조에 대해 분노와 적개심을 쉽게 드러내는 등 평등 지향적 심성이 충만한 사회로 봤다. 당연한 지적이지만 이는 사회 변혁의 건강한 추동력인 동시에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평등주의란 ‘상대적 박탈감’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자극받는 순간 저마다의 마음에 지옥문이 열린다. 사회주의적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이념 및 구호가 그래서 시종일관 인간의 이 같은 보편적 약점을 파고든다. 여기에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20세기의 세계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다. 영원히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격동의 민주화 역사가 불과 한 세대에 지나지 않는 정보통신기술(IT) 강국, 그러나 전근대적 관성도 강한 곳이 우리나라다. 첨단 미디어가 일상화된 오늘날 이른바 ‘국민 눈높이’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 가미되기 쉽다. 큰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유권자의 빈정’ 내지 ‘국민정서법=괘씸죄’에 가까운 뜻이 돼 버린다. 
 
영부인 명품 수수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여론조사 자체가 선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응답자들이 생업에 바쁜 일반 시민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손쉽게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할 조그만 백이 300만 원이라더라’ 하는 소문, 초점은 이 선정성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자 난리가 났고 야당 공세도 심해진 분위기다. 
 
한 위원장의 어투를 빌자면 국민의 눈높이란 ‘동료 시민의 상식’이어야 한다. 이 나라 보통사람들의 상식 내지 양식에 비춰 볼 때 돌아가신 부친과의 인연을 내세워 접근한 방문객의 선물을 물리치긴 어렵다. 공인으로서 고강도 훈련과 세월을 거치지 않는 한 이 방면에 무방비이기 십상이다. 
 
이 문제가 터졌을 때 우리는 함정 몰카를 주도한 최재영의 정체에 먼저 주목했어야 한다. 태영호 의원 발언이 사태를 가장 정확히 짚었다. “윤석열정부를 흔들려는 종북 인사들이 놓은 덫, 몰카 함정취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순한 몰카 취재가 아니라 함정취재, 즉 범죄다. 
 
작위를 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응을 살피는 게 몰카 취재인 반면, 이 경우 적극적으로 미끼를 던져 함정에 빠지도록 유도했다. ‘마약 수사’ 등 공공선을 위한 사회악 제거 상황에서나 정당화될 정도의 것이었다. 따라서 김 여사 관련 특검 요구는 선동이지 ‘국민 눈높이’가 아니다.
 
최씨의 지난 30년 종북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그가 개신교 목사로 불리기엔 얼마나 수상한 점이 많은지 조선일보 송평인 칼럼에 자세히 밝혀져 있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평양과 서울을 드나든 그는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대외용 봉수·칠골 교회 외 10여 명씩 모여 예배드리는 가정 교회도 530곳이나 된다는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되뇌어 왔다. 
  
28일자 스카이데일리 곽수연 기자 취재에 따르면 최씨가 2018년 창간한 인터넷 매체 ‘프레스 아리랑’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수준의 내용으로 가득하다. 3대 세습 정권을 향한 외골수적 옹호와 대한민국에 대한 증오·혐오가 넘실댄다.
 
최씨는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놀라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마치 몰래카메라가 절로 작동했고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공개하게 됐다는 얘기처럼 들릴 지경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강변하며 “정(情)을 의(義)로 승화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씨의 ‘정’과 ‘의’가 대체 뭐였을까. 10대 중반 여읜 부친에 애틋함이 있을 김 여사에게 ‘윗대의 인연과 동향인의 정’을 나누고자 접근했단 말인가? 최씨를 고향오빠뻘 지인으로 여긴 김 여사가 보였다는 “불량한 태도” “너무 아주 영부인 같지 않은 모습”을 폭로하는 게 ‘의’였나?
 
이번 일이 김 여사에게도 향후 처신에 대한 뼈아픈 반성적 각오의 기회가 됐을 줄 믿는다. 대한민국 영부인이면 분단국가, 더구나 반국가세력과 동거 중인 내전적 삼엄함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끝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의상비와 외유 의혹, 대통령 될 뻔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부의 법카 의혹은 왜 잠잠한지. 김 여사가 좌천을 거듭하던 윤석열 검사와 결혼하기 이전의 이력까지 문제 삼는 사람들을 향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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