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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중심 한국 산업구조 반영해 ESG 공시 제정된다
금융위 ‘유관기관·투자자 등과 국내 ESG 공시기준 현장 간담회’ 개최
기업여건 등 고려해 기업 부담 최소화… “ESG 경쟁력 떨어트릴 수도”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14 11:13:38
▲ 김소영(가운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ESG 공시기준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단체·투자자·유관기관 등 자본시장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ESG 공시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기준을 제정하기로 했다. 국제적 정합성과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업 역량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입장을 과도하게 반영할 경우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한국의 ESG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및 투자자·민간전문가와 함께 ‘국내 ESG 공시기준 현장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할 ESG 공시기준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작년 10월 ‘제3차 ESG금융 추진단 회의’를 통해 국내 ESG 공시제도의 추진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주요 선진국의 ESG 공시 의무화 지연 등을 감안해 국내 ESG 공시제도를 2026년 이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기업에 부담을 적게 주는 거래소 공시로 추진하는 방안과 초기 제재수준을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요국은 ESG 공시기준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대형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실시해 2028년까지 역내 모든 기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EU에 지사 또는 자회사를 두고 있는 외국기업도 포함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상반기 탄소배출량 등 기업의 기후공시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작년 6월 글로벌 표준안을 발표해 내년부터 의무공시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ESG 공시기준은 투자자에게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 문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며 “그동안 통일된 공시기준의 부재로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할 ESG 공시기준을 유관기관과 함께 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정의 방향성과 관련해 김 부위원장은 우선 글로벌 정합성을 갖춘 ESG 공시기준을 제정해 기업의 이중 공시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미국·EU 등 주요국의 ESG 공시기준과 ISSB 기준 등 상호운용이 가능한 글로벌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국내 공시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국내 경제와 기업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 탄소감축 등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22년 기준 25.6%로 미국(10.7%)·영국(8.4%)·독일(20.5%)보다 높은 편이다. 
 
김 부위원장은 “ESG 공시기준 과정에서 국내 산업구조의 특징과 기업의 준비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국내 기업의 ESG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추진한다. 이를 위해 ESG 공시제도에 대한 코스닥 상장사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글로벌 ESG 공시기준 번역, 공시 가이드라인 제공 등의 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 친화적으로 ESG 공시기준을 제정할 경우 국내 ESG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ESG 정보를 매개로 돌아가는 ESG 생태계 안에서 투자사·고객사·평가기관·소비자 등 시장 플레이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설문조사(복수)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회계·재무·감사 부서 임직원(708명) 중 70%는 ESG 및 비재무적 정보 공개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브랜드경쟁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률도 64%로 높았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ESG 생태계는 ESG 정보를 매개로 돌아가고 있는데 ESG 정보 흐름이 막히면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며 “ESG 공시 기준을 완화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혁신 역량도 끌어올리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국장은 “공시기준이 낮으면 탄소기업에 투자하거나 탄소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등 혁신이 나올 수 없는 구조를 구축한다”며 “고탄소에서 저탄소 또는 탈탄소로의 사업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비즈니스모델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을 줘 혁신 및 자본투여 역량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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