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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밸류업 프로그램’ 한국적 특성 고려하자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3 00:02:40
▲ 윤승준 경제부 기자
“일본은 체면을 중요히 여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동종 업계 기업이 주주가치를 증진하는 좋은 계획을 발표하면 이를 따라간다. 또 일본 기업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좋은 양식이나 모범 사례를 따르는 것을 잘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이 같은 관행을 잘 포착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적용했고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일본 시장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자본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코다이라 류시로 니혼게이자이신문 선임기자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언급한 말이다. 코다이라 기자는 이날 세미나에서 기업 거버넌스 코드 등 ‘재팬 디스카운트’(일본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던 ‘PBR(주가순자산비율) 개혁’이 일본 증시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PBR 개혁의 성공요인으로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모범 사례를 잘 따르는 기업문화·도쿄증권거래소의 막강한 영향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투자지표(PBR·ROE 등)에 대한 시가총액·업종별 비교 공시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를 줄여 주는 등 세제 혜택을 통한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따를지다. 좋은 방안을 제시해도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실제로 재계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다. 경제개혁연대가 1월 삼성전자 등 대기업집단 대표회사 12곳에 공문을 보내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5개의 개선 과제를 제시하며 회사 정관 변경을 요청했지만 회신한 11곳 모두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법적 제재를 가하기도 어렵다. 재벌 총수들이 법정에 자주 들락거리는 것을 보면 일본 기업처럼 체면을 중시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를 풀기 위한 해법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 특성은 무엇인가. 바로 ‘가족중심주의’다. 좋게 말하면 가족에 대한 사랑이고 나쁘게 말하면 남을 배척하고 ‘어떻게 하면 가족에게 저렴하게 재산(기업 지분)을 물려줄까’ 하는 고민이다. 
 
결국 상속에 대한 욕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준다면 기업 오너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이행한 상장법인에 대해 상속세율을 대폭 내려 주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상속세율은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지배주주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 부양에 나서지 않는 점에서다. 주식분 상속세는 고인의 사망일 전·후 각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식평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상속할 때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려면 보유 주식의 가격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최대주주에 붙은 할증까지 합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이행한 기업에 대해 상속세율을 낮춰 주는 건 일반주주에게도 나쁘지 않다. 물적분할·일감 몰아주기 등 상속세를 줄이려고 했던 행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인하 자체가 디스카운트에 대한 해답은 아닐 것이다. 다만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데 있어 ‘당근’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면 증시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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