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플랫폼 대격변’의 시대 금융권 대비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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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금융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7 00:02:40

“조만간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시대가 가고 스마트폰을 더욱 편리하게 대체한 혁신적인 플랫폼이 등장할 겁니다. 거기에 잘 대비해야죠”

최근 만난 LG전자 고위 임원의 말이다. 그는 현재의 스마트폰 플랫폼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래에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접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해 휴대폰 플랫폼을 스마트폰 체제로 개편하는 와중에 플랫폼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대표적인 경영 실패 사례로 꼽힌다.

LG전자는 스마트폰으로 개편되는 휴대폰 사업 시류의 변화를 잘못 읽은 과거의 실책을 거울 삼아 새 먹거리 사업에 매진했다. 기존에 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던 생활 가전, 소위 ‘백색가전’으로 불리는 부문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새 먹거리 찾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만드는 부품 사업에 집중했다. 마침 2차 전지 시대가 열리면서 관련 수요가 폭발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등 모 그룹 계열사의 지원 사격도 빛을 발했다.

‘기존에 잘하던 것에 더 집중’하면서 새 플랫폼을 찾아 체질 개선을 이뤄 낸 LG전자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23년 매출은 회사 창립 이래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고 최근 3년 연속 최대 매출 실적을 경신했다. 2021년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할 때와 비교하면 180도 반전을 이룬 상황이다.

플랫폼 전환의 시류를 다시는 놓치치 않겠다는 이 임원의 다짐을 듣고 LG전자의 반등을 떠올리면서 한편으로 생각했다. 과연 현재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금융권은 플랫폼 격변의 시대에 얼마나 미래 먹거리 사업 개척에 매진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금융권은 얼핏 보면 전기자동차나 스마트폰의 출현 등 플랫폼 전환이 빠른 타 업종에 비해 기존 플랫폼의 전환이 더딘, 안정적인 업종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사 역시 플랫폼 전환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대표적인 금융업권이 카드사다. 우선 필자 본인만 해도 십년 전엔 3·4종의 신용카드를 넣어 두툼한 지갑을 들고 다녔다. 각 카드사의 상품마다 할인율이며 적립 내용 등이 모두 달라서 평소에 사용하기 위해 지갑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카드가 3개 이상은 됐었다.

하지만 카드사 영업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과거에 있었던 ‘혜자 카드(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큰 카드)’가 시장에서 사라졌고 카드사의 상품들도 다른 회사 상품과의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 와중에 IT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 시장이 발전하면서 필자도 과거에 들고 다니던 두꺼운 지갑을 이제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는다. 스마트폰 페이 플랫폼이 신용카드를 대체하고 지갑 속 신용카드가 그 역할을 하던 교통카드도 스마트폰이 대체하게 됐다.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통적인 ‘플라스틱 플레이트 카드’ 상품 플랫폼이 ‘페이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점인 것이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현재 카드사들의 지지부진한 행보는 플랫폼 시대 전환에 실패한 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 타 금융업권도 이 같은 플랫폼 전환 시류에서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 물론 돈의 흐름에 기반해 영업을 하는 금융업의 보수적인 특성상 해외 선진국의 금융사들이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휴대폰 시장을 뒤흔든 것처럼 당장 국내 금융사를 위협할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은 발전의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은행권의 오프라인 점포 수는 갈수록 줄고 있고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 주식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 와중에 해외 금융사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플랫폼을 들고 나온다면 현실에 안주해 있는 국내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