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선수협회, 성전환자의 여성경기 출전 자격 박탈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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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학선수협회(NAIA) 결정에 성소수자 옹호 단체 반발
성전환자 여성경기 출전 공정성 논란… 11월 대선 이슈 될 듯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9 16:35:00

▲ 2022년 미국 아이비리그 수영·다이빙 여성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트랜스젠더 리아 토마스. 성전환자의 여성 경기 출전 문제를 둘러싸고 공정성 논쟁이 뜨겁다. 11월 미 대선 이슈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미국대학선수협회(NAIA)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을 금지하기로 했다. NAIA 회원은 미국 내 241개 대학이다.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사립인 대학들의 협의체지만 향후 비슷한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NAIA 회장단이 이날 개최한 연례 협의회에서 새 학기가 시작될 8월1일부터 여성 경기 참여자 자격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NAIA는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며 남성 전환을 위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학생만 대학 간 여성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전환자 권리 옹호단체는 즉시 반발했다. 규모와 영향력이 큰 상급단체인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이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NCAA는 미국과 캐나다 내 다수 대학들의 운동 경기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조직 및 개인이 속한 비영리 단체다.

애나 베스 사회 활동가는 NAIA의 결정에 대해 “NCAA가 동일한 조치를 해도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NCAA는 성전환 선수의 출전과 관련해 각 스포츠 종목을 주관하는 국제 협회의 지침을 따르도록 규정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24개가 특정 여성 경기에 성전환 여성이 함께 경쟁하는 것을 금한다. AP통신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성전환 선수가 소수로 추정되지만 매우 민감한 주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보수 단체와 정치인들은 생물학적 여성의 보호를 명분으로 성전환자의 여성 경기 출전 금지를 주장해 왔다.

이 문제가 미국 내 첨예한 사회 갈등 요소로 등장한 지 오래다. 성별을 태생적인 것이 아닌 선택 가능한 것으로 보는 민주당 리버럴 진영과 이에 비판적인 공화당 중심 보수층의 대립 속에 11월 대선 이슈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하면 “남자들이 여성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미국에선 트랜스젠더 선수가 ‘시스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본인의 성별 인식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 선수와 특정 대회 동일 종목·경기에서 실력을 겨루는 게 공정한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뚜렷한 세계관·가치관 차이에서 유래한 상황이지만 정치 성향을 넘어선 사안이기도 하다.

일례로 생물학적 여성인 전현직 대학 여성 선수 16명이 지난달 NCAA가 성전환 여성의 여성 경기 출전을 금지할 것과, 지금까지 성전환 여성 선수들이 획득한 상을 재배정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NCAA가 2022년 미국대학선수권 수영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선수 리아 토머스의 여성부 대회 출전을 허용해 여성 선수들의 평등권을 침해했으며 교육 과정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타이틀 나인’(Title IX)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토머스 선수는 생식기 제거 수술을 받지 않고 호르몬 요법을 통해 여자 수영팀에 합류해 NCAA 디비전1(미 대학스포츠 최고 수준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트랜스젠더 여성 챔피언에 올랐다.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를 1년 이상 받았고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를 기준 이하로 유지했다며 그의 여성부 대회 출전이 허용됐던 것이다. 국제수영연맹은 논란이 커지자 2022년 6월 “12세 이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만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규정을 강화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