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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돌아 또 다시 논문의 시절이 왔다. 특히 금년엔 논문 쓰겠다는 제자가 많다. 필자가 퇴직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논문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 논문만 보니 몸도 마음도 건조해지고 있다. 저녁 무렵 제자와 학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고등학교 1학년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재잘거린다.
“오늘 담탱이한테 꼽먹었어.” “어쩔티비?” “깝치고 있네!” 등등 이상한 말만 주고받았다. 평소에 은어에 단련된 필자도 못 알아들을 지경이다. 귀를 기울여 그 의미를 파악해 보려고 밥 먹는 것도 잊었다. ‘꼽주다(꼽먹다)’는 ‘담임이 아이들 앞에서 창피를 주었다(부끄러운 일을 당했다)’는 뜻이었다. ‘어쩔 티비(TV)’는 “그래서 어쩌려고? TV나 봐”라는 의미 같았다.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예전에 딸아이가 ‘깝친다’는 표현을 해서 엄청 혼낸 적이 있다. 표준어를 쓰지 않고 아이들과 같이 비속어를 써야 되겠느냐는 훈계였다. 요즘 아이들에겐 이런 훈계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상대방을 욕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지나친 비속어는 정신을 흐리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비속어에 빠져 있는 것은 유행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잘못 가르친 우리 탓이로다. 오호 통재라!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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