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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음모론자 윤석열은 그땐 왜 부정선거를 수사하려 했나
 
▲ 허겸 정치사회부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세인의 관심을 끌 무렵으로 기억된다. 금융 수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중앙수사부 A검사가 공보관과 함께 대검찰청 기자실을 찾았다. 기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검사는 불현듯 “냄새만 맡아도 안다”는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계좌 추적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다소 뜬금없게 들릴 수 있었지만 검찰 출입 기자들은 누구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검사 개인, 아니 검찰 조직이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가 대개 이런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수사 발표와 브리핑을 통해 날카로운 검찰 수사의 수준을 간접 체험했기에 A검사의 재치 있는 말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고 공감했으며 감탄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백미였다. 각별한 계좌 추적 노하우로 정평이 나 있던 A검사는 검찰의 특수수사팀 또는 특검팀이 꾸려질 때마다 지방에서 상경해 합류했다고 그 무렵 들었다. 그에 따르면 법원에서 특정 시기의 계좌 추적 영장만 발부해 준다면 빼곡히 들어 찬 데이터를 통해 검은 자금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가조작 세력을 일망타진하는 것도 소위 수사의 프로들인 검찰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영장만 발부된다면, 즉 수사기관이 추적하도록 법원이 허락만 해 준다면 주식 트레이딩 기록을 통해 수상한 증시의 흐름을 추적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검사들은 말했다. 특히 금융 수사에 특화된 검사일수록 자금의 용처를 꿰뚫어 보고 뒤쫓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에서 파견된 조사역과 국세청에서 나온 조세 전문가까지 합류한다면 금상첨화다. 
 
부정선거 의혹에 관해선 검찰이 보유한 절정의 수사 능력이 늘 아쉽다. 수사 대상인 듯 수사 대상이 아닌 채로 4년째 이어져 온 ‘뜨거운 감자’인 이슈, 많은 국민이 수사 대상이라며 목 놓아 외치는 이슈에 대해 검찰은 유독 꿀 머금고 시치미 떼는 사람처럼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간조선의 창간특집 여론조사에서 “선거 조작 가능성을 의심한다”는 답변이 38.2%, 특히 보수층에선 52.5%가 나왔다. 더는 음모론이 아니라 합리적 의구심이란 얘기다. 
 
피해의 잠재적 객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은 단순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또한 갖게 한다. 부정 의혹이 사실일 경우 침해당하는 보호법익이 너무 광범위하고 깊을 수 있다. 국가의 안위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선거는 사전과 사후 검증의 결괏값이 반드시 같아야 신뢰할 수 있다. 이런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이 지난 4년간 셀 수 없이 많았다. 4.15총선 이듬해 6월 대법원은 인천 연수을 선거구에서 무려 279표의 오차를 확인했다. 개표 때와 1년 2개월 뒤 재검표 때 300표 가까이 차이가 난 사실만으로도 선거의 무결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2016년 7월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선거를 무효로 선언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된 의심 투표지는 단 4표였다. 4건의 우편봉투가 개봉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우편투표 70만 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봤다. 지난해 국민총소득(명목 GNI) 세계 순위에서 한국은 12위, 오스트리아는 31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의식은 한국이 훨씬 뒤처지는 것 같다. 
 
▲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대전고검 검사 시절인 2016년 7월2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무효 광화문 집회 현장을 찾아 참가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송태경 전 서울시의원 SNS 캡처
    
스카이데일리는 작년 11월 윤 대통령에 관한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6년 검사 시절 18대 대통령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부정선거’ 투쟁 집회에 참여해 시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는 팩트였다. 대전고검 검사였던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12년 18대 대선 과정에서 전자 투·개표의 부정선거 소지에 대해 인식했고 공감하는 언행을 보였다고 제보자들은 말했다. 
 
윤 대통령이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시점은 2016년 7월2일 토요일이었다. 오스트리아 헌재는 1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재실시 결정을 내렸다. 시차를 감안하면 2일 새벽 한국 언론들이 온라인으로 다룬 이 소식은 이날자 조간신문에 게재됐다. 그리고 그날 광화문을 찾아 부정선거 규명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부정선거는 안 된다” “나도 계속 추적하며 보고 있다”고 말했다는 게 집회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기자는 윤석열 검사가 부정선거 이슈에 천착하다 좌천된 일화도 당시 알게 됐다. 윤 대통령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 시절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그해 국정감사에선 “3.15 부정선거를 연상케 하는 정도의 규모”라고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그런 윤 대통령에게 4.15와 4.10 총선은 어떤 의미로 다가간 것일까. 정보기관의 댓글 여론조작 의혹보다도 가볍게 여겨졌을까.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이토록 많은 국민이 장기간에 걸쳐 아스팔트에서 눈과 비를 맞아가며 줄기차게 수사를 요구했던 사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도 그는 도통 몰랐던 것일까. 
 
만약 부정선거가 사실이라면 그 내막을 파헤치는 건 선거 불복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건국이 될 것이라는 제언도 나오는데 말이다. 음모론자 윤석열, 과연 그땐 왜 부정선거를 수사하려 했고 지금은 왜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음모론에 이은 침묵의 대가가 탄핵으로 귀결될 게 농후한데도 패색이 짙은 정국을 돌파할 묘안을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국민적 의혹을 수사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요즘 따라 계좌추적의 대가라던 A검사가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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