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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통치의 기초는 ‘정직의 실행’이다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4 06:31:01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4·19 학생의거 기념일에 언론이 뒤집어졌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9일째 되던 날 늦은 오후에 윤석열 대통령이 제1야당이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건 사건이 터진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일 오후 330분부터 5분간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인 전화 통화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당선인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이 대표의 건강과 안부를 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윤 대통령이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번 주에 만나자고 한 윤 대통령의 초청에 윤 대통령이 마음을 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하고 저희가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성사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기는 여론이 강하다.
 
대부분의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한국 정치의 현황이지만 야당과의 소통과 협의가 없이 대통령이 독주하기는 어렵다. 선거 후 9일간의 장고 끝에 윤 대통령은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같은 날에 국민의 힘 낙선자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3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에서 민심을 받들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총선 참패 뒤 당의 안일한 대응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변화와 혁신 정도로는 당의 미래를 헤쳐 가기 어렵다는 반성, 선거 직후 윤 대통령이 대(對)국민 간담회나 기자회견을 열어 마음을 비우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야 했다는 주장 등이 쏟아져 나왔다.
 
동양의 현인이나 성군으로 불리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정치에 임했을까? 중국 하나라의 시조 우임금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고 했다. 요순시대를 연 요임금은 내 백성의 죄악은 나 자신의 죄악이라고까지 말했다. 은나라의 시조 탕왕·요임금과 함께 태평성대를 이룩한 순임금은 그대 만방이 유죄이면 그 죄는 나 1인에게 있고, 1인이 유죄이면 이는 그대 만방과 무방하다고 언명했다. 주나라를 세운 무왕 또한 비슷한 말을 남겼다. “백성이 과오가 있으면 그 죄는 나 1인에게 있는 것이다.”
이분들은 모두 고대 중국의 성왕들이다. 그런데 이 말들은 과장이 심하다. 잘 살펴보면 도의적 거짓말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 도의적 거짓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게 희한하다. 왜 그럴까? 분명 하얀 거짓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안에는 치자(治者)라면 가질법한 무한책임의 태도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이 말들은 수천 년간 고전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1760·70년대는 서유럽과 식민지인 북미에서 공자 숭배 열기가 강한 때였다. 뒤알드의 중국통사와 노엘이 편역한 중국제국경전 6’, 그리고 쿠플레 등이 편역한 중국철학자 공자가 널리 읽히고 있었다. 미국의 국부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은 이 성왕들의 도의적 거짓말을 자신의 방식으로 읽었다. 우임금의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왕은 백성의 소유권자가 아니라 노복이다로 해석했다. 그러고는 요···무의 언명을 따라 통치의 전 기술은 정직함의 기술에 있다동등하고 불편부당한 권리들을 다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퍼슨은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자이며 제3·4대 미국 대통령(1801~1809)을 역임한 인물로서 미국철학협회 제3대 회장도 지냈다.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그는 통치의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통치의 전 기술이 정직함의 기술(The Art of being honest)’이라는 말은 최선의 통치술은 덕스러움의 기술(The Art of being virtuous)’이란 말과 동일하다. ‘덕스러움의 기술중국철학자 공자에 나오는 표현이다. 무왕이 자신의 아버지인 문왕에게는 덕스러움의 기술, 즉 자신의 인격과 이성을 갈고닦아 빛내는 기술이 있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제퍼슨은 이어서 말한다. “오직 당신의 의무(덕치)를 다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시오. 그러면 당신이 실패하는 경우에도 인류는 당신의 공로를 인정할 것입니다.” 통치자도 실수하거나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오롯이 덕스러움과 정직함을 실행해 왔다면 사람들은 그를 기리게 된다.
 
수천 년 전 동양 성왕들의 덕스러운 거짓말과 수백 년 전 미국 국부의 통치의 기술은 지역과 시대를 뛰어넘어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의 덕스러움과 정직함의 기술을 기대해 본다. 정치는 국민의 노복이 덕스러움을 가지고 정직을 실행(Being honest)’하여 만사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正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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