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 View] 개연성 확인되면 ‘진상 규명’이라는 5·18조사위
 
▲ 허겸 정치사회부장
1980년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 주장이 실재 근거가 없는 것이었음을 정부 조사위원들이 논리적으로 반박한 보고서가 나온 건 의외의 소득이다. 
 
이 논란은 1989년 국회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지금은 숨진 조비오 씨가 증언하면서 비롯됐다. 
 
1995년 검찰 조사에서는 조씨의 주장이 대부분 배척된다.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2017년 4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간되고 판매 금지되는 와중에 논란이 다시 증폭됐다.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1989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증언을 허위 진술로 보면서 조씨 등을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광주지법은 2020년 11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1980년 5월21일 505항공대 또는 506항공대 소속의 500MD 헬기가 무장상태로 위협사격 이상의 사격을 했음이 인정되고 5월27일 UH-1H 헬기에 의한 전일빌딩을 향한 사격 또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불현듯 ‘광주 폭격설’과 ‘헬기 기총소사’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대통령 특별지시로 급조된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5·18특조위)는 일사천리로 결론을 내렸다.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법부와 5·18특조위 결정에 대한 판단은 논외로 한다. 
 
전술한 결과물을 토대로 문재인정부에서 출범해 다시 4년간 조사를 해 온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위원장 송선태)가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이 보고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놀라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다수의견 93쪽 소결론을 보면 계엄사령부 문건에 ‘Hel기 작전계획을 실시하라’는 하달 명령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고는 “지시 문서의 지침은 전투교육병과사령부(전교사)·지상부대와 함께 항공부대에도 하달됐고 조종사 등은 이를 모두 숙지한 상태에서 진압작전에 참가하였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힌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헬기 사격에 관한 명령 및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첨언한다. 
 
그러더니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해 헬기를 무장시키고 500MD·UH-1H에 특전사 병력을 탑승시켜 투입하려고 했던 예비계획이 수립된 정황도 확보했다”고 기술한다. 
 
‘보여진다’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황도 확보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굳이 기자가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이 뒤를 잇는다. 
 
“이 예비계획이 실행되었다면 도청 일원에서의 진압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광주비행장에서 대기 중인 공격헬기와 특전사 병력을 태운 UH-1H가 출동해 더 강력한 진압 작전이 실행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예단한다. 역사적으로 없던 일을 훗날 예측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민의 더 큰 피해를 초래하는 지경까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또 한 번 예단하더니 “추가 작전을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은 계엄당국이 어떠한 피해를 보더라도 강경하게 진압해서 사태를 완전히 장악해 시민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다시 쟁점을 예열한다. 
 
마침내 보고서 94쪽은 “군 지휘부로부터 헬기조종사들에게 하달된 지시 및 명령, 특히 계엄사령부에서 전달된 지시나 명령은 시위대에 대한 살상까지 포함한 지시와 명령으로 파악된다”고 정점을 찍는다. 
 
굳이 바꿔 해석하자면 “군은 이미 ‘살상’을 초래할 작전계획까지 염두에 뒀다”는 정도의 내용인데 이러한 해석이 위 문건만 근거로 본다면 무리가 아니다. 
 
보고서는 두 쪽 반가량을 할애해 102~104쪽에서 전일빌딩 진압·수색작전에 투입된 11공수여단의 작전 계획을 상세하게 나열했지만 육군항공 작전에 관해선 상세한 설명이 부족했다. 없는 자료 탓을 하며 누군가 삭제했다는 음모론도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격 사실을 부인하던 500MD 출동 조종사 노모·천모 씨가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을 거론했다. 
 
곧이어 “항공대장 백모 씨도 헬기를 활용한 사격 지시 등 구체적인 작전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또다시 추정했다. 정작 소수 의견은 “이렇게 진술하는 천모·노모 씨 두 사람의 발언 내용이 서로 달라 신빙성이 떨어지고 다른 조종사 10여 명도 똑같은 지시를 받았을 텐데 추가 증언자가 없어 천모·노모 씨 진술의 신빙성을 더욱 의심하게 한다”고 진술 증거로서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뒤이어 105쪽에서는 “인근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작전을 전개하기 이전에 헬기를 이용한 작전이 있었을 개연성이 있으며 특공병력을 헬기로 공수했을 개연성 또한 있다”고 ‘개연성’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듯 보고서를 작성했는가 하면 “강하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쯤 되면 정부 조사위의 존재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개연성을 확인했기에 진상이 규명됐다’는 건 어느 나라 말인가. 
 
4년간 500억 원 넘게 나랏돈을 가져다 쓰면서도 이토록 부실한 결과가 나온 것도 어이 없는데 그 결과물을 진상이자 진실이라고 말하는 건 이들의 역량이 부족했거나 처음부터 자리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죽했으면 조사위 내부에서조차 증거로 삼기 어렵다며 배척하겠나. 그런 데다 유력하고 신빙성 있는 증거는 왜 배제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이 조사위원회의 상설화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진상이 규명되길 바라긴 한 것일까. 
 
작년 12월 활동 종료와 함께 벌써 상당수 인력은 광주시청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말도 들린다. 
 
돈을 들여도 팩트 확인에 실패할 순 있다. 그러면 ‘입증 실패’ 또는 역사적으로 없는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럴 거면 뭐하러 조사하는지 다시 한 번 의문을 품게 한다. 
 
시쳇말로 뭣이 중헌디.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3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1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