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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성범죄 ‘서울대판 N번방’ 무관용 처벌하라
명문대 가해자, 대학 동문 사진 합성 음란물 유포
경찰, 익명의 피의자 특정 못 해 초동수사 포기
‘딥페이크’로 진화하는 범죄에 방화벽 구축 절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4 00:02:01
서울대 출신 2명 등 총 5명이 대학 동문이 포함된 지인 수십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020년 검거됐던 소위 ‘n번방 사건’의 복사판이다. 이런 사건이 또 발생한 데다 그것도 주범 등이 명문대 동문이라고 하니 충격이 더 크다.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수많은 피해자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 가해자들을 무관용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판 N번방’ 사건의 주범 박모 씨와 공범 강모 씨는 서울대 졸업생으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후배 여학생 사진 등을 이용해 불법 합성물 4000여 개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를 익명성이 보장된 텔레그램 채널과 대화방을 통해 변태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유포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로 각각 구속 송치된 상태다.
 
박씨·강씨 외 추가로 검거된 3명도 지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했다. 그중 한 명은 지인 17명의 사진을 이용해 2101건의 불법 영상을 제작·유포했다. 이들이 텔레그램에 개설한 방이 200여 개에 달하는데 방마다 참여 인원이 최대 5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현실 범죄 못지않게 피해자에 깊은 상처를 안기는 행위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61명의 여성이며 이 중 서울대생은 12명이다.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 목적은 영리가 아닌 ‘성적 욕망 해소’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최고 지성 집단이라 일컬어지는 명문대생의 성인지 감수성이 이 정도라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 사건이 터진 것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사실 전혀 예측 불가능했던 일도 아니다. 약 5년 전 떠들썩했던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범행 수법이기 때문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3월까지 범죄가 이뤄졌던 ‘N번방’의 주범 조주빈은 텔레그램·라인·카카오톡 등의 메신저 앱을 이용하여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했다. 피해자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60~70명이고, 영상 소지·배포 등 범죄 가담자는 6만 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N번방 운영자들이 줄줄이 검거될 당시에도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이, 그것도 수십 개 존재한다는 내부고발자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경찰도 이미 검거된 N번방 운영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더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범인을 잡는 데 공을 세운 것은 피해자들과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알린 ‘추적단 불꽃’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민간인이다.
 
애초 경찰은 피해자들로부터 4개의 고소장을 접수했으나 모두 텔레그램 특성상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직접 자료조사와 증거 수집에 나섰고 ‘추적단 불꽃’ 활동가인 원은지 씨가 결정적으로 가해자 검거에 도움을 줬다. 민간인 활동가가 할 수 있는 일을 경찰은 왜 하지 못했느냐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해 규모는 커지고 피해자의 고통은 더 깊어졌을 것이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는 시시각각 진화한다. 경찰의 수사기법 고도화가 시급한 것은 물론 국회와 법원도 디지털 범죄를 엄단할 방화벽 구축이 절실하다. 또 최근 일어나는 크고 작은 범죄에 명문대 이름이 거론되는 현실이 시사하는 바 정부는 교육 등 기본 소양 프로그램 마련 등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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