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민 제주만 ‘반짝’… 他지역은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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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지난해 5월부터 투자 금액 10억 원으로 올려 시행
외국인들 총 투자 금액 중 95% 이상이 제주에 집중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 0건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30 18:39:09

▲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에 추진했던 ‘차이나 드림시티’ 사업 대상지가 2015년 9월22일 부동산투자이민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연합뉴스

정부에서 2010년 제주를 필두로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는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구 부동산투자 이민제)가 제주에만 쏠림현상이 심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부동산이나 공익사업에 일정 금액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F-2)을 부여하고, 5년간 투자를 유지하면 영주(F-5) 자격을 부여하는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영주권을 취득하면 참정권과 공무담임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한국인과 동등한 권리나 대우를 받는다. 과거에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란 이름으로 시행됐지만 ‘부동산 투자’ 명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고려해 정부에서 명칭을 바꾸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영국·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부로 투자 기준 금액을 10억 원으로 상향해 시행 중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10년 넘게 투자 기준금액의 변동이 없어 지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단 이유에서다. 또 체류상 주어지는 혜택에 비해 투자 금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 때문이다.

투자이민제도는 2010년 2월1일 제주에서 처음 시작해 강원 평창(대관령 알펜시아 관광단지), 전남(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부산(해운대관광리조트·동부산 관광단지), 인천(영종·송도·청라지구)으로 지정 확대됐다.

이와 관련 외국인들이 국내에 투자한 총 투자 금액 중 95% 이상이 제주에 집중돼 있어 제주만 투자이민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다른 지역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년간 투자이민제도로 인한 외국인 투자 금액은 총 1조3000억 원에 이르지만 이 중 95% 이상이 제주에 몰렸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영주자격(F-5) 체류 외국인을 지역별로 보면 제주도에 투자이민으로 등록된 외국인이 5896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서울시와 인천시가 각각 296명과 208명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제주가 2위인 서울보다 20배 가까이 수치가 높다.

이들 세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투자이민제도가 유명무실할 정도의 미약한 성과를 거뒀다. 울산이 6명에 불과했으며 경남과 대전, 강원도가 각각 4명에 불과했다. 대구와 전라남·북도는 아예 1명도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강원도는 투자이민제도가 도내 개발사업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최근 망상지구와 용평 관광단지에 위치한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시설의 분양권을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회의적 반응이 많다.

2013년 투자이민제가 적용된 평창 알펜시아 개발사업은 지금까지 투자가 6건에 그쳤던 사례가 있다. 올림픽 특구인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도 2016년 투자이민제가 지정됐지만 투자 사례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투자이민 제도를 포함해 영주권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도 검토할 것”이라며 “지역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국민이공감하는 외국인 정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준구 기자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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