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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 묘역을 찾아 고개 숙인 윤석열 대통령은 왜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5·18 군경 묘역은 끝내 외면하는가.”
제69회 현충일인 6일 본지가 찾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28·29묘역에선 윤 대통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곳 28묘역에는 특전사 장병 15명·31사 3명 등 계엄군 21명이 잠들어 있다. 29묘역에는 2명의 계엄군 묘소가 있다. 8 묘역에는 시민군 돌진으로 즉사한 4명의 경찰이 잠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까지 취임 이후 3년 연속 빠짐없이 광주 묘역을 찾아 5·18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겠다고 언급했으나 5·18 당시 숨진 군인과 경찰이 잠든 묘역은 끝내 외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추념식을 마치고 현충원 내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찾아 참배했다. 1950년 8월 포항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48위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펜 대신 총을 들고 구국 전선에 뛰어들어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학도의용군을 추모하고 그 위훈을 기렸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곳을 찾은 애국 시민은 윤 대통령에 대해 배신감과 분노를 직설적으로 표출했다. “대통령이 아니다” “보수의 수치다” “배신감에 몸이 떨린다”고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작은 소동도 있었다. 순직 군경을 기리는 이들을 향해 “광주 시민을 향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힐난하는 한 중년 여성이 찾아오자 울화를 못 이긴 시민과 유가족은 “어디를 오느냐?” “광주 시민이 아니라 광주 폭도들” “전라도에서 여길 왜 찾아오냐?”라고 대응하며 날 선 반응을 보이며 한때 대치하기도 했다.
5·18 특전사 명예 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이곳에서 애국시민들에게 “이곳에 잠든 이들은 일병이고 이병이고 하사이며 이분들도 국가를 위해 희생당했는데 제복을 입은 이들을 왜 정치인들은 외면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군경을 살해한 이들과 그 가족들은 국가에 영웅으로 유공자 처우를 받고 제복 입고 죽은 가여운 이들은 끝내 학살자로 불리며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곳에는 특전사위원회가 차린 5·18 군경 전사자 유가족 쉼터가 차려졌다. 새벽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5·18 참전군인 김한국 특전사 명예 회복조직 본부장은 “참전군인으로 실탄도 못 받은 상황에서 시민군을 막았다”며 “도청 앞에서 총을 들고 있는 시민군들을 제압하고 목숨을 걸고 막아냈다”고 털어놨다. 김 본부장은 “군복을 입은 군인은 죽어서도 군인”이라며 “윤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5·18 묘역에 가서 사과하기 전에 억울한 군인들의 명예부터 회복했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20사단 62연대 2중대장으로 5·18 현장을 지휘했던 최종원(육사 32기) 민간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민진사)는 위원도 자리를 지켰다. 최 위원은 “군인을 학살자라 하려면 학살을 증명하고 특정해야 하는데 특정도 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 대한민국의 정신적 타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20사단 지휘 차량 피탈 사건은 정체불명 자들에 의한 게릴라전에 의해 당한 것으로, 정체불명 자들이 계엄군과 광주시민을 속이고 게릴라전을 펼친 것”이라고 연구 결과에 기초해 주장했다. 이어 “파이프·낫·칼·화염병 등을 휴대하고 20사단을 기습 공격한 정체불명자들의 신원을 밝히는 것이 필요한데도 정부 조사위원회는 고의로 회피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탄식했다.
유가족 쉼터에 모인 참전 용사들과 유가족들은 ‘북한군 개입설’이 아직 해결되지도 해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5·18 묘역 방문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양분시키고 지역감정을 고착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전사명예회복윈 회원들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5·18 사건을 일으키고 정권을 찬탈했다는 프레임으로 군인의 명예는 땅 아래로 떨어졌고 가짜유공자에 이름을 올린 좌파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계속해서 “당시 대통령은 최규하였고 광주에 내려가지도 않았던 전 전 대통령이 광주 사건 이후 3개월 후에 대통령이 안 됐다면 아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이날 현충원에는 전국에서 올라 온 국군 유가족과 참전 용사들 및 해병대 전우회가 호국 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현충원을 찾은 모습이었다. 월남전에 백마 28연대 3대대 9중대 1소대 최창규 참전용사는 본지에 “해마다 추념식에 참여하는데 해마다 슬픔이 더해지고 전우가 그립다”며 “후세대들이 군인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고 걸맞은 예우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영섭 해병대 수색대 연합회 사무처장은 “상륙작전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기리기 위해 해병대 전우회는 매해 추념식을 한다”며 “사망 현장 및 대전 현충원 등 전국에서 함께 하고 있으며 이유 불문 추념식을 현충일마다 가지고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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