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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사기 피해자 구제 범위 ‘딜레마’
▲ 김학형 건설부동산 팀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 세계보건기구(WHO)를 출처로 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기 범죄율 1라는 말이 나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해 5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을 설명하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기 피해 건수와 액수가 가장 많다고 했다. 한 달 앞서 이정재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역시 한국이 OECD 국가 중 사기 범죄율 1라고 했다. 그런데 출처가 불분명하다.
 
WHO·OECD가 공식적으로 생산·발표한 자료 중 국가별 사기 범죄율 자료는 검색되지 않는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데이터 포털에서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다. UNODC에 따르면 OECD 국가(30개국)의 사기(Fraud) 범죄 발생 건수는 2020년 기준 독일(808074스페인(36551) 등이었다. 이를 각국 인구수를 고려해 10만 명당으로 환산하면 스웨덴(2762독일(964) 등의 순이다. 웬일인지 한국·영국·미국 등 8개국 자료는 없다.
 
대검찰청 발생통계원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2020년 연간 353657건이었고 환산하면 10만 명당 682건이다. 집계 기준·방법 등이 달라 통계적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한국이 사기 범죄율 1등 국가는 아닐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 사실관계를 짚었을 뿐 우리 사회가 사기 범죄가 잦고 그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대거 발생하자 국회와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을 제정해 거의 곧바로 시행했다. 전국에 걸쳐 피해자가 나왔고 20·30대 청년이 대다수인 데다가 적잖은 이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까지 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영향이 컸다.
 
현재 정부·여당과 야당은 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충돌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의 핵심은 ‘선(先)구제 후(後)회수. 집주인(임대인)이 떼먹은 전세보증금을 정부가 피해자(임차인)에게 우선 돌려주고 그 금액만큼을 집주인에게 청구하거나 경매 등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정부·여당은 야당 개정안대로 피해자 지원금이 청약통장과 채권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 나가면 국민적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안은 당장 보증금을 돌려주기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하고 그것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자가 최장 20년 거주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 어느 쪽이 나은지 평가하는 건 의미가 없다.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특별법이 출발부터 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가상자산 사기·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중고 거래 사기·게임 아이템 사기 등의 피해자와 전세사기 피해자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과 같다. 정부가 지금껏 특정 사기 피해자만 구제한 적은 없으며 굳이 도울 거라면 모든 사기 범죄 피해자가 대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쟁을 저해하는 사회는 한정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고 거의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가 1명을 뽑는 주택청약에 100명이 몰렸다고 가정하자. 떨어진 99명이 불행할까. 경쟁 조건이 명확히 제시되고 가점 산정 등 방법·과정이 공평하면 탈락자도 공정한 경쟁에 따른 결과를 수용한다. 널리 사회적 배려·예우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장애인·국가유공자 등) 시대적 과제로 인식되는 자(신혼부부·청년 등)에게 우선권을 줘도 다수가 동의한 사회적 합의로 봐서 수긍한다. 그런데 탈락자 99명 중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일부만 정부가 특별히 구제하려 한다면 나머지는 불행하다. 특혜라고 비판받고 나중에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는 정부도 행복하긴 어렵다.
 
또한 낙오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지원하는 채무자 회생제도 등이 이미 존재한다. 이는 미국이 자본주의 세계에 전파한 제도다. 미국도 도덕적 해이등에 대한 반대로 입법에 거듭 실패했으나 남북전쟁과 몇 차례 경제 위기를 겪으며 1898년 세계 최초로 파산법(Bankruptcy Act)을 제정했고 실제로 이것이 1929년 세계 대공황 때 위기 극복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야당 안이든 정부안이든 특별법 개정이 시장경제라는 질서를 흔들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전 재산과 같은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의 충격과 슬픔을 헤아려 최대한 지원하되 시장·사회적 질서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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