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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SSN) 건조를 목표로 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미국 내 핵잠수함 생산 역량을 보완하고, 동시에 해당 경험을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건조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으며 한미 조선·방산 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화필리조선소는 한국이라는 강력한 동맹국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 공동 생산을 실현하는 데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 확충, 생산 효율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모범 사례 및 기술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건조·운용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를 추가 영입하며 미국 현지 팀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더슨 사장은 34년간 미 해군에 복무한 전직 소장으로, 과거 해군 함정 프로그램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핵잠 건조 역량을 단계적으로 축적해 나갈 수 있다”면서도, 건조 일정과 범위는 “앞으로 한미 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2054년까지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최대 66척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현재 생산 속도는 연 1.2척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호주 AUKUS 잠수함 지원 물량까지 감안하면 추가 생산 거점 확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필리조선소는 이 같은 수요 환경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국 정부와 의회, 여야를 막론하고 조선업 재건과 동맹국 협력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행정명령을 통해 필라델피아를 중요한 조선 산업 거점으로 삼는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핵잠 산업 기반을 확대·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버지니아급 설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 보강에도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는 한국형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양축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미국 핵잠수함 생산 경험과 기술 자산이 한국형 핵잠수함 사업에도 긍정적으로 환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필리조선소는 현재 민·군 겸용(dual-use) 조선소로 분류돼 있으며, 미 해군 함정 건조에 필요한 라이선스와 인증 절차는 진행 중이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CEO는 “미국 정부 관계 기관과 협력하며 승인·인증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조선소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 도크 확충·자동화 설비 도입·블록 생산 기지 신설 등 중장기 투자 계획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황금 함대’ 구상에서 한화오션을 협력 파트너로 언급한 이후, 방산 라이선스 및 미 해군 프로그램 참여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향후 핵잠 사업 추진이 한국 조선·부품 협력망의 글로벌 편입과 지역 산업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은 “핵잠 건조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협력업체의 공급망 참여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은 핵추진 잠수함 사업이 지정학적 현안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해당 사안은 정부 차원의 정책 영역이며, 회사는 각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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