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흉노와 내통한 한나라 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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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지맹’ 무색케 했던 조왕 유수의 행각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내막 낱낱이 밝혀야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7 06:30:30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기원전 202년 대륙을 재통일한 한고조(漢高祖) 유방(劉邦)은 자치권을 지닌 이성(異姓) 왕들에 의한 변고를 늘 두려워했다. 때문에 그는 백마지맹(白馬之盟)으로 혼란을 막고자 했다.

사기(史記) 고조본기(高祖本紀)에 의하면 한고조는 사망 한 달 전 문무백관과 부인 여후(呂后)를 불렀다. 그는 흰 말의 피를 하늘에 바치고서 “유(劉)씨가 아닌 자는 왕이 될 수 없다”는 유훈을 남겼다. 황족이라면 외적과 결탁할 리 없으리라 여긴 것이었다.

한고조 사후인 기원전 154년 한나라에선 오초칠국의 난(吳楚七國之亂)이 터졌다. 일곱 명의 동성(同姓) 제후왕이 봉건(封建)세습제 유지를 요구하면서 오왕(吳王) 유비(劉濞)를 중심으로 거병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믿기지 않는 음모가 꾸며졌다가 발각됐다. 한고조와 만백성이 “그래도 황족인데 나라를 팔아먹진 않겠지”하고 철석같이 믿었던 조왕(趙王) 유수(劉遂)가 오직 제 ‘권력욕’ 하나 때문에 북방의 흉포한 유목민족 흉노(匈奴)와 내통하고서 한나라를 속국(屬國)으로서 ‘들어 바치려’ 한 것이다.

오로지 제 부귀에만 눈이 멀어 외적과 밀통했던 유수의 말로는 비참했다. 천우신조로 암계를 알아챈 조정은 곡주후(曲周侯) 역기(酈寄)를 보내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치게 했다. 흉노를 끌어들여 대권을 꿈꿨던 유수는 극단적 선택으로 어리석은 삶을 마감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 전 부지사의 상관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며칠 뒤 전격 기소됐다. 국민이 믿고 선출한 광역단체장이 주적(主敵)에게 대남(對南) 침공 자금을 갖다 바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요지다.

아직 재판이 시작조차 되지 않았으니 이 대표의 유·무죄 여부를 예단할 순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기소 직후 이 대표는 기존의 여유 있던 자세는 온데간데없이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 등의 주장을 내놓으며 지나치게 격앙된 분위기다.

국민이 철석같이 믿은 공인(公人)이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됐다고 여기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DJ정부 대북송금 사건 전례가 있는 터라 의구심을 갖는 국민도 적지 않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 대표의 유·무죄 여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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