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우리금융 ‘보험업 진출’ 의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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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금융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5 00:02:40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업 진출을 둘러싼 행보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인수 시도 후 철회와 이후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로 방향을 선회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은 것이다.

우리금융은 6월28일 롯데손보 인수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인수 포기의 직접적 이유는 2조 원 이상에 달하는 롯데손보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작년 3월 우리금융 회장으로 선임된 이래 우리은행에 치중된 우리금융 포트폴리오를 증권·보험 등 ‘비은행 강화’ 방향으로 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 와중에도 임 회장은 증권사·보험사 인수 시 과도한 가격에 ‘딜’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력히 드러냈다. M&A 시장에서 비싸게 기업을 매수했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진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임 회장의 ‘오버페이 경계’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과거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연이어 사들이면서 2010년 재계 서열 7위까지 뛰어오른 바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10조 원 이상 자금을 소진한 금호그룹은 결국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이로 인해 그룹이 아예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임 회장은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절대 무리하지 않고 있다. 작년 증권사 인수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정도를 제외한 국내 증권사 거의 대부분에 인수를 타진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작년 3월 이후 사실상 1년 넘게 증권사 인수를 미뤄 왔다.

결국 중·대형 증권사 인수가 여의치 않자 우리금융은 직원 수가 100여 명에 불과한 초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을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우회 M&A를 5월 단행했다.

이에 따라 당초 그럴싸한 상위 10대 증권사를 사들여 여의도 증권가의 ‘새로운 메기’가 되겠다는 우리금융의 증권사 M&A 포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됐다.

포스증권의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000억 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사실상 꼴지 수준에 해당하는 53위에 그친다. 우리종금과 합쳐도 업계 순위는 18위 정도에 위치한다.

증권사 인수를 통해 초대형 IB를 탄생시키겠다는 목표를 지닌 우리금융 입장에선 새로 출범하는 증권사는 최소 업계 ‘TOP 5’ 수준이 돼야 하는데 정작 8월에 정식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증권사가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의 보험사 인수의 경우도 우리금융의 행보는 증권사 인수 과정과 비슷하게 명쾌하지 않다.

롯데손보 몸값인 2조 원대의 가격이 비싸다면서 퇴짜를 놓고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로 방향을 틀었지만 정작 이 두 생명보험사의 매각가도 단순 합산하면 최대 2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 인수 가격이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가보다 좀 더 비싼 건 사실이지만 과연 급작스럽게 본입찰 참가를 철회할 만큼 결정적인 차이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물론 동양생명·ABL생명의 최대 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부실 해소를 위해 최대한 빠르게 산하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 만큼 우리금융은 ‘딜 성사’를 위해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가를 2조 원 밑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금융과 다자그룹 모두 M&A 완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 맞아 떨어졌고 6월25일엔 인수를 위한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마저 아예 비구속적인 형식으로 체결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전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금융의 의지다. 우리금융의 자본 여력을 고려하면 보험사 인수에 베팅하기 위해 우리금융이 총알로 쌓아 놓은 돈은 약 1조8000억 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생보사 2개를 패키지로 묶어 최소 2조 원은 받아야겠다는 중국 다자그룹과 ‘절대로’ 2조 원까지 돈을 쓸 수 없다는 우리금융이 M&A에 앞서 ‘비구속적’ MOU를 체결한 것 자체가 얇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위태로운 모양새로 비친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에 이어 이번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전에서도 발을 뺀다면 사실상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다. 앞서 증권사 인수처럼 초소형 보험사를 우선 사들이고 기존 우리금융 산하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겠지만 우리금융엔 보험사와 시너지를 낼 만한 계열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매물로 나온 몇몇 보험사들도 우리금융이 생각하는 매각가 및 인수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우리금융은 이번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성공을 위해선 임종룡 회장의 최종 결단만이 남은 셈이다. 조금 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보험업 진출’의 꿈을 이룰지, 다시 지리한 보험사 매물 찾기에 나설 것인지 임 회장 앞으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임진영 금융팀장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