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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1년 6개월째 3.5% 금리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으나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 둔화 추세를 지속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외환시장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요인도 동결 배경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시기를 드러내지 않았으나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또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도 전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고 결정했다. 12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0%p 인상한 뒤 작년 2월부터 금리 동결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동결 결정에 따라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2%p를 유지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며 동결 배경을 밝혔다.
물가와 관련해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소비 회복세, 지난해 급등한 국제유가·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2.4%로 전월(2.7%) 대비 0.3%p 하락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전월과 같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p 하락한 3.0%였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완만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연간 상승률은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점차 2% 수준으로 둔화하고 연간 상승률은 5월 전망치(2.2%)에 부합할 것이다”며 “물가 경로는 국제유가·환율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물경기와 관련해서는 수출 개선세가 이어졌으나 내수가 조정되면서 부문 간 차별화가 지속되고 성장세가 주춤했다고 평가했다. 고용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축소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경제가 수출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도 점차 회복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성장률은 5월 전망치(2.5%)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 경로는 IT 경기 확장 속도, 소비 회복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통위는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하면서 통화 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성장·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완만히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목표 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선 바꿀 상황 조성됐으나 아직 불확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물가 둔화 상황을 두고 금리 인하 상황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언제 금리를 인하할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총재는 “5월에는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고 했는데 현 상황은 물가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던 만큼 이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상황이 조성된 것 같다”며 “다만 언제 방향 전환할지는 외환시장, 가계부채 움직임 등 위험 요인이 많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대해선 이 총재는 “미국의 정책 결정이 외환시장 환율에 주는 영향이 있어서 주요 고려 사항이긴 하나 가계부채, 수도권 부동산 가격 등 국내 금융안정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 3.5% 유지하는 게 적절하고 나머지 2명은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네 분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주택가격·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보고 확인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두 분은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가계부채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커지는 가계부채에 대해 이 총재는 “한국은행뿐 아니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모두 가계부채를 명목 GDP 성장률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해서 GDP 대비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며 “통화정책만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없어 정부와의 거시 건전성 정책 공조를 통해 이 일을 계속 점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장기간 고금리로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고금리가 상당 기간 오래 지속됨으로써 고통받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물가상승률이 2.4%까지 낮아지는 성과에 통화정책이 기여한 바도 크다고 생각한다”며 “고금리정책이 유지되면서 피해를 보는 정도가 다 다른데 균형적인 시각에서 통화정책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많이 하락한 것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 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 그리고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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