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8.4º
미세먼지 좋음
춘천 15.5º
미세먼지 좋음
대전 18.9º
미세먼지 좋음
목포 23.1º
미세먼지 보통
)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수확은 내 몸의 근육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 알았다는 것이다. 운동 안 한 이력이 속속 드러날 때마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금언이 떠올라 심하게 부끄러웠다.
다리를 곧게 뻗을 때마다 등을 반듯하게 펼 때마다 이미 오그라진 근육은 불편과 고통을 호소했다. 그냥 있던 대로 두라고, 살던 대로 살라고 근육이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강사는 계속해서 등을 펴라고, 턱을 당기라고, 어깨를 내리라고 지적했다.
사실 굽은 척추와 앞으로 쑥 빠진 거북목은 보는 사람이야 불편하겠지만 당사자는 크게 불편함을 못 느낀다, 하지만 당장 불편하지 않다고 그대로 두면 머리를 받치고 있는 목뼈의 부담이 증가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신체의 에너지 소모가 늘어 금세 피로하게 되며 어깨 통증이 따르고 디스크에 걸릴 수 있다.
하루하루 굽은 척추를 펴고, 앞으로 쑥 빠진 목을 당기고, 오그라든 햄스트링을 늘리면서 보이는 곳만 신경 쓰며 살아 온 인생을 반성했다. 거울에 비치는 앞면을 치장하는 데만 열심이었지 뒤쪽은 조금도 배려를 안 한 것이다. 내 뒤쪽을 보는 것은 타인이니 그들까지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나름 타당한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 요가를 하면서 깨닫게 된 또 하나가 바로 배려에 대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 ‘성공’과 ‘배려’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를 한 혈통으로 묶은 속칭 한국형 자기계발 우화 ‘배려’(한상복 지음)가 출간됐다.
‘배려는 만기가 없는 저축이다!’ ‘배려는 선택이 아니라 공존의 절대 원칙이다!’ 등의 구호를 통해 성공 수단으로 배려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 책이다.
요가를 하려면 요가 매트가 필수다. 강습소 공용 매트 보관함에 보면 예쁘게 돌돌 말린 것도 있지만 대충 뚤뚤 말아 던져 놓은 것도 있다. 어차피 다시 펼 것이라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없을 것이지만 나는 그중에서 가장 예쁘게 말린 것을 집어 든다.
남을 배려하고 삶이 정돈돼 있는 사람의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좋은 기운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요가는 신체운동이지만 마음 수련의 기능도 크다. 성공에 대한 야심 때문이 아니더라도 배려를 실천하다 보면 삶이 궤도에 들어간다. 운동으로 몸을 바로 세우고 배려를 통해 공존을 실천하면 꼬였던 운명도 잘 풀리게 되지 않을까.
시인·소설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