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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HD현대중)의 ‘KDDX(한국형 미니 이지스 구축함) 선도함 수주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방위사업청은 입찰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KDDX 선도함 건조 기본 설계 업체가 수행하는 게 방산업계에서 암묵적 ‘규칙’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함정사업에서 납기일 준수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게 수주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28일 해군 출신 소식통은 “KDDX 선도함 건조 사업을 둘러싸고 경쟁입찰을 주장하는 한화오션은 ‘선도함 건조 대전제’를 뒤집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 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 설계를 하는 건 특수선 분야에서는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HD현대중의 경우 기본 설계 당시 방사청에서 선도함 건조 평가까지 받았는데 한화오션은 이를 파악하는 데 기본 설계 만큼 기간이 다시 소요될 것이어서 함정 납기는 그만큼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정 연구개발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기본 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으면 설계 단계 별로 발생한 결함을 신속하게 수정할 수 있다.
기본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 내용은 후속 단계로 이어지며 변경은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안전성과 성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 특수선업계 내부에서는 “기본 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 설계를 해야 선도함의 납기 일정을 맞출 수 있다” “함정 사업의 최우선 사항은 납기일 준수이기 때문에 방사청도 법으로 ‘수의계약과 선도함 건조’의 안정성을 보장해 놓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해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도 이 같은 맥락에서 ‘방위사업 계약의 방법은 국가계약법 제7조에 따르되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섯 번째 항에 ‘무기체계의 효율적인 연구개발이나 전력 화 시기 충족을 위한 사업’을 뒀는데,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도록 규정해 함정 설계 안정성을 도모한 것이다.
방산업계 연구직 관계자도 “무기 체계의 효율적 연구 개발이나 전력화 시기 충족을 위해 기본 설계를 담당한 업체가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과거 미국 해군의 프리게이트 프로그램사업(FFG(X))의 경우 기본 설계를 맡은 핀칸티에리(Fincantieri)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게 되었다. 개념설계에 참여한 오스탈USA 및 제너럴다이내믹스는 경쟁 입찰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반발했다. 미국 해군은 비용 효율성을 비롯한 기술적 연속성 측면을 고려하여 기본 설계를 맡은 핀칸티에리를 선정했다.
관계자는 “FFG(X) 사업을 봐도 경쟁 입찰이 공정해 보이지만 납기일을 맞추고 기술 보안이 중요한 방위사업 특성상 합리성과 신속성이 우선되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1 점 차’로 당락 결정 ‘희비’
업계 룰 깬 적 없는 한화오션
속내 “함정 사업 독점” 지적 나와…
앞서 우리 군은 KDDX 역시 기본 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HD현대중과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변수가 발생했다. HD현대중은 2013년 직원 9명이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촬영해 입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HD현대중은 보안 규정 위반 사고로 2025년 11월까지 -1.8점의 감점을 받았다. 이에 한화오션은 경찰에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HD현대중 임원이 개입한 정황을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경쟁입찰은 1점 안팎 점수 차로 사업 입찰 희비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울산함급 배치-III 5·6번 함에서 한화오션이 91.8855점을 받아 총 91.7433점을 받은 HD현대중을 0.1422점 차이로 앞서 수주 받았다.
이에 대해 해군 출신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HD 현대중을 밀어내고 함정과 특수선 사업을 독점하려는 게 아니냐”며 “한화오션도 대우해양조선 당시부터 감점 문제와 무관하게 수의계약으로 함정을 만드는 일종의 ‘업계 룰’을 깬 적이 없는데 이번만큼은 예외”라고 했다. 이어 “K방산에 특수선·함정·잠수함까지 호황 시대에 한화오션이 이를 모두 독차지하겠다는 게 본심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법적 쟁점과 수사 내용 등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방사청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주장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재차 강조하며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게 되면 비용의 증가와 전력화 일정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 역시 일방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함정의 품질과 납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사업 추진(계약체결) 방식이 아니라 함정 건조 관련 기술력을 비롯한 종합 건조 역량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화오션은 이 사업의 시작인 개념설계를 수행한 업체로서 10여 년간 꾸준히 KDDX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해 온 향후 사업 수행의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방사청 관계자는 “납품일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KDDX 입찰 경쟁의 경우 국민 민심과 경찰 고소등의 상황이 놓여 있어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방사청은 모든 사안을 고려하여 입찰 방식 결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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