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부동산 PF ‘경고등’… 1년 새 연체액 1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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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부동산 PF 연체율 5% 돌파… 위험 노출 높은 중·후순위 비율 30%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5 13:58:37

▲ 2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5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스카이데일리

캐피탈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액이 1년 새 1조 원 이상 불어나는 등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 현황 점검에 나섰고 캐피털사들은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돌입했다.

2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5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체율은 5.27%에 연체액은 1조3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신전문금융사 가운데 주로 캐피탈사들이 부동산 PF 대출 사업에 뛰어든 점을 고려하면 캐피탈 업계의 부동산 PF 연체 규모는 1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캐피탈 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은행권과 보험업계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지만 연체액만 놓고 보면 증권업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캐피탈 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작년 3월 말 캐피탈 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과 연체액은 각각 0.47%에 900억 원이었다. 1년 사이 연체율은 4.80%p 뛰었고 연체액은 1조2500억 원 불어났다.

캐피탈 업계의 부동산 PF 리스크는 취약한 구조에 있다. 특히 다른 2금융권의 대출과 비교해 캐피탈 업계 PF는 중·후순위 비율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캐피털업계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중·후순위 비율은 30% 수준이다. 캐피털업계와 함께 부동산 PF 잠재 위기 진원지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업계의 중·후순위 비율은 11%로 이보다 한참 낮다.

부동산 PF 사업은 선순위 출자자의 자금 회수가 모두 이뤄진 후에야 중·후순위 출자자도 돈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PF 중·후순위 비율이 높을수록 대출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크고 부실 대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캐피탈 업계 부동산 PF 수익성이 계속 떨어질 것을 전망하면서 시나리오에 따라 2조4000억 원에서 5조 원가량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 손실 규모에 비해 캐피탈사가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작년 말 기준 캐피탈 업계가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은 1조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손실 시나리오에 따라 단술 산술 시 최소 9000억 원에서 3조500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가 있는 셈이다.

금융 당국도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동산 PF 사업 규모가 큰 캐피털사 4곳(신한·OK·KB·한국투자)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강화된 사업성 재평가 실시 현황을 파악했다. 금감원은 사업성 재평가에서 유의(3등급) 또는 부실우려(4등급)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각 사에 2분기 실적 발표 전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점검 대상이 된 4개 캐피탈 사는 당장에 큰 위험이 있어 점검 대상이 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면서도 혹시 모를 부실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캐피탈 사 관계자는 “이번 당국의 현장 점검은 캐피탈 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기 보다는 캐피탈 사가 관리하는 PF 사업장에서도 부실 리스크가 큰 시행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성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목적이 강한 것 같다”며 “아무래도 시행사들의 관리 주체가 국토교통부다보니,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속도를 내기 위해 부동산 PF 사업 규모가 큰 캐피탈사 산하 시행사들을 먼저 선제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