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정보사 첩보요원 명단 유출, “내부 공모 없이 절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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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 인사망 자체가 망분리 인트라넷 보관
군무원, 인사과 직원 결탁없이 ‘유출’ 불가능
군무원 ‘정보 유출 동기 파악’ 반드시 해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30 10:44:51

▲ 국군정보사령부의 첩보요원 명단이 북한으로 넘어간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를 국군 방첩사령부가 수사하고 있다. 명단은 인사과 외의 일을 하던 군무원 A씨의 노트북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디자인=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인사 데이터를 수기로 작성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내부망을 뚫었다는 건데 인사 관계자와 내부 공모를 통한 온·오프라인상 DB 확보했거나 언론 보도상 IP 역추적을 통해 범인을 잡은 것을 볼 때 인사 내부 인트라망에 내부자 공모를 통한 DB 확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USB를 내·외부에서 삽입할 수 없는 노트북인 데다가 인사 정보를 다루지 않은 군무원 PC에서 2·3급 기밀이 담겨 있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미국 CIA 정보요원의 해킹 공작 등의 수법에 정통한 정보 전문가는 30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의 첩보요원 명단 북한 유출 관련해 ‘국방망에서 어떤 경위로 정보가 유출되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느냐’라는 질의에 이 같이 말했다.

30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군 방첩사령부(방첩사)는 북한 네트워크에서 발견된 명단을 역추적하여 A씨를 특정했다. A씨에 대해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A씨는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보사 요원들의 신상 정보가 그의 개인 노트북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다.

정보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USB 포트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외부 장치로부터의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개인 노트북에 옮기려면 수기로 작성하거나 프린트해 다시 입력해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정보 실무를 해 본 전문가는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인사과 직원과의 결탁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전문가는 “정보사 군무원 A씨는 인사업무 담당이 아닌데도 리스트를 들고 있었던 ‘동기’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보사 군무원은 보통 전역한 군 장교 출신들이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정보사에서 군 대비 군무원의 차별이 심한 것이 사실이라 인사에 대한 불만이 왜곡되어서 정보 탈취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농후하다”라고 말했다.

방첩사 등에 따르면 사건은 최근 한국 해커가 북한 정보기관의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정보사는 방첩사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출된 명단에는 국외에서 활동 중인 블랙 요원들의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활동하던 요원들이 모두 철수하게 됐다.

정보사의 해외 공작이 완전히 초토화 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본 전문가는 “블랙 정보요원들은 북한 우호국인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동남아시아까지 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 요원이 되면 말 그대로 정보전을 위해 신분을 가리기 위하여 노래방 사장부터 무역상 등으로도 위장한다. 신상이 노출됐으면 공안들이 다 잡아들일 게 뻔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들과 연결된 이들까지 수사망에 오를 텐데 정보전을 재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직 정보기관 근무자도 “정보사 보안시스템과 기밀자료 관리 실태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번 문제는 내부자 위치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가 중요기밀·정보 자산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 사실인 만큼 해킹·자진 제공·내부자 자료·현행 정보요원 신상·정보공작 기법·실태 등과 같은 생생한 정보가 빠져나간 것이라면 한국 최고 정보부대 보안시스템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급 기밀정보가 개인 노트북에 담길 수 있는지 그 방식에 대해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는 외국 출신 언론인이나 유학생 등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정보사에서 운영했는데 정보사 요원들 동선이 실시간으로 감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사건 때문에 몇 년간 구축해 온 현지 정보망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정보사 요원들의 신변 안전에도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방첩사는 북한 네트워크에서 발견된 명단을 역추적하여 A 씨를 특정하였고, A 씨에 대해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정보사는 방첩사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명단 유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방첩사는 필요한 법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일부 매체에서 제기된 늑장 대처나 초동수사 실기 등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한 방첩사는 적절한 시점에 수사 상황을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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