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전용차로 위반하면 ‘6원’… 도로공사의 황당한 ‘표기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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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7만 원인데… 전광판에 ‘위반 시 6~7만 원’ 주말 새 방치
2017년 한글날엔 ‘과속→ 가속’ ‘얘들아→ 애들아’ 오기 민원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5 13:45:52

▲ 4일 고속도로 전광판에 '버스전용차로 위반 시 6~7만 원'이라는 오기가 표출되고 있다. 제보자 제공

이달 첫 주말 동안 경부고속도로 등 일부 고속도로 전광표지판에 표기가 잘못된 채 며칠간 방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취재진과 만난 제보자는 “주말 동안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전광표지판에 ‘버스전용차로 위반 시 6~7만 원’이라는 표기를 봤다”며 “경부선뿐 아니라 버스전용차로가 없는 주요 고속도로에서도 해당 표기가 계속해서 노출됐다”고 전했다.

그는 “고속도로를 지나가는데 표기상 오류가 있는 채로 수백 개의 전광판이 모두 ‘6~7만 원’의 과태료를 표출하고 있었는데,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도 그대로 안내되고 있었다”며 “6만~7만 원을 뜻하는 것 같은데, 공무를 담당한다는 도로공사 직원들이 이런 허무맹랑한 실수를 한 것이 적잖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허용된 차량 외에 버스전용차로로 통행할 경우 많게는 7만 원, 적게는 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제보자가 발견한 고속도로 전광표지판 표기 오류는 국어 어법상 6만~7만 원으로 표기돼야 하는데, 6~7만 원으로 표기돼 있었다. 표기상으론 최솟값인 6원의 과태료도 가능한 셈이다.

도로법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한다. 가변전광표지판도 도로공사에 유지·관리 책임이 있다. 도로공사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도로공사는 1350여개에 달하는 가변전광표지판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경부선에만 200여 개의 전광표지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속도로에 전광표지판이 도입된 지 15년 이상이 흐른 지금 노후된 장비도 많고,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년 5건 이상의 전광표지판 관련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2017년에 민원을 제기한 한 민원인에 따르면 안전 운행을 강조하는 전광표지판에 적힌 문구는 당시 ‘길이 뻥 뚫렸다고 가속하면 안 돼요’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속’이라고 적어야 하지만 속도를 올리라는 의미의 ‘가속’을 적은 것이다. 당시 민원인이 민원을 제시한 날짜는 2017년 10월9일로 한글날이었다.

단순 오타로 보기도 어렵다. 안전을 강조하는 문구로 적혀 있었던 ‘애들아~ 나의 행복은 너희들의 안전이란다’라는 문구도 ‘얘들아’가 맞지만 ‘애들아’로 표기했던 것이다.

평소 의정부 지역에서 운전을 자주한다는 한 시민은 “맞춤법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지만, 최대한 맞춤법에 맞춰 글을 작성하려 하는데 많은 수의 국민이 보는 전광판에 맞춤법이 틀린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내가 다 민망해지는 느낌”이라며 “전광판 관리 주체가 영어 등 외국어 안내가 틀린 것도 아니라 한국어가 틀렸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향후에는 좀 더 주의 깊게 문구를 입력해 오류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