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리스 ‘팁 면세’ 공약… 내 아이디어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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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정책과 모순… 할 생각이면 진작 했어야”
네바다州 등 서비스업 비중 높은 지역에선 핫이슈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2 18:46:27

▲ 6월 경합주인 네바다에서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그는 서비스업 고비중의 이 지역을 겨냥해 '팁 면세'를 내걸었고 8월10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같은 지역에서 동일한 공약을 내놓자 "내 아이디어를 베꼈다"며 맹공격했다. 트럼프캠프에서도 "현 정부 정책과 모순된다. 할 생각이면 진작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게티이미지

▲ 10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유세는 큰 성황을 이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노동자 가정을 위해 싸우겠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팁 면세'를 약속했다.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향해 양대 정당 후보가 지역·사안마다 날을 세우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팁 면세’ 공약에 대해 “그저 내 아이디어만 훔칠 줄 안다”며 발끈했다. 크든 작든 탈세를 무겁게 다스리는 미국에서 과세 관련 정책이란 늘 뜨거운 이슈다.

해리스는 전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노동자 가정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팁 면세’를 약속했다. 미국의 팁 문화가 뿌리 깊어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민감한 사안이다. 세계적인 관광·레저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가진 네바다주에선 말할 것도 없다.

초당적 기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6월 발표에 따르면 팁에 면세를 실시할 경우 2026회계연도부터 10년간 1500억~2500억 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민주·공화 다 네바다주를 놓쳐선 안 될 상황이다. 트럼프는 해리스의 공약 모방을 공격하면서 “(팁 면세를) 실행하진 않을 테니 그게 (나와의) 차이점”이라며 “해리스가 역사상 최대 증세를 제안한 바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약 26%의 법인세율을 35%까지 올리려 한 것 등을 말한다.

트럼프캠프 역시 이날 성명을 내 해리스를 “카피캣(흉내쟁이)”으로 지칭하며 “공약 표절”과 “현 정부 정책과의 모순점”을 꼬집었다.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작년 국세청(IRS)을 통해 팁에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하기 위한 새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어 “팁에 대한 세금을 없애고 싶다면 현 정부의 일원으로 왜 당장 폐지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트럼프는 6월 네바다주 유세에서 ‘팁에 대한 면세’를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도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고 요식업 노조 영향력이 강한 네바다주인 만큼 ‘팁 면세’ 문제에 우선적 관심을 가진다고 짚었다. 더구나 최신 통계인 6월 네버다주 실업률은 5.4%, 라스베이거스 도시권이 6.3%였다. 모두 전국 평균인 4.1%보다 훨씬 높다.

네바다대 농구 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유세는 지지자가 1만2000명 넘게 모일 정도로 성황이었으며, 이튿날 해리스의 정치적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선거자금 행사에선 1200만 달러(약 164억 원) 이상이 모금됐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개빈 뉴섬 주지사 등 현지의 민주당 중량급 인사들과 ‘큰 손’ 후원자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 두 후보들의 경제문제 대처 능력 신뢰도를 측정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이 1~5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누가 집권해야 경제를 더 살릴 수 있을까’ 질문에 해리스와 트럼프 각각 42·41%를 얻었다. 트럼프 지지율은 지난달과 비슷한 반면 해리스 지지율이 7월 바이든 지지율에 비해 7%p나 올랐다.

1년 전부터 매달 실시된 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경제분야 신뢰도에서 공화당 후보를 앞서긴 처음이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교수는 FT에 “(경제분야에서) 해리스 지지율이 바이든 때보다 높게 나온 것을 들어 바이든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대선의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2021년 바이든 취임 당시보다 현재가 더 낫다는 답변이 19%뿐이다.

응답자의 60%는 해리스가 바이든의 경제 정책과 완전히 결별하거나 기존 경제정책 틀을 ‘대폭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유권자 4명 중 1명만 현재 경제 사정을 ‘좋다’ 내지 ‘양호하다’로 평가했으며, 42%가 트럼프 재집권 시 경제 상황이 ‘훨씬’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 상황이 ‘훨씬’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3%였다. 고든 교수는 “이번 여론조사가 당초 민주당 염려에 비해 다행스런 소식”이라면서도 계속 부담스러울 것으로 봤다. “유권자들이 여전히 트럼프가 경제를 더 살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