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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에서 경주역으로 달리던 KTX-산천 열차가 궤도를 이탈한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복구가 완료됐지만 열차 탈선 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철도 사고의 확률은 일반 도로교통보다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유사시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화를 당할까 두려운 것이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이번 열차 탈선 사고 역시 한국형 고속열차인 사고뭉치 KTX-산천이었다. KTX-산천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국산 고속열차 모델이다. 초기부터 다양한 논란과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기사 5면>
2008년에 첫 국산 양산형 고속차량인 KTX-산천이 출고되면서 한국은 고속차량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기술적 결함과 설계 미흡이 드러나면서 여러 차례 사고로 이어졌다.
2022년 1월5일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을 진입하던 중 탈선한 사고는 열차의 바퀴가 당초 제작 사양으로 정한 사용 한도(마모 한도)에 도달하기 이전에 파괴되는 ‘피로 파괴’가 사고 원인이었다.
피로 파괴란 철재나 목재 등에 진동이나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미세 균열이 발생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아직 교체할 때가 되지 않았지만 바퀴가 깨졌다는 것이다.
당시 탈선 사고로 열차가 철로에서 이탈하며 자갈이 튀어 올라 객실 유리창이 깨졌고, 짐칸에 있던 물건이 떨어지며 승객 7명이 다쳤다. 파손된 바퀴는 사용 한도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였다. 마모에 따라 바퀴 지름이 850mm가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사고 당시 지름은 869mm였다. 그러나 바퀴의 단단한 정도를 뜻하는 경도와 잡아당기는 힘에 버티는 정도인 인장강도는 최소 허용치보다 낮은 상태였다.
KTX-산천의 가장 큰 문제는 부품의 내구성 부족과 설계상의 오류로 지목된다. 이는 잦은 고장과 사고로 이어졌고, 승객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대시켰다. 특히 차체와 궤도 간의 마찰로 생기는 탈선 사고와 전기 시스템의 결함으로 일어나는 화재 위험성이 비판의 주요 대상이다.
KTX-산천은 초기 도입 이후에도 유지보수 비용이 높고, 부품 수급 문제로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이로 인해 KTX-산천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열차로 불리며 안전성과 신뢰성에서 큰 과제를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함투성인 열차와 선로를 가지고 사고가 날 때마다 땜질식으로 내놓는 ‘응급대책’으로는 KTX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안전’을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철도차량 한 전문가는 “철도운행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국민의 보편적 이동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코레일의 경영기조가 수익보다는 안전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18일 오후 4시38분쯤 경부 고속선 서울발 부산행 KTX-산천 열차가 신경주역을 향하던 중 대구 수성구 고모역 부근에서 운행 이상으로 정차하며 발생했다. 바퀴 1개가 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열차에 탑승한 승객 384명은 현장에서 후속 열차로 환승했다.
이 사고로 동대구역에서 부산역으로 향하는 KTX와 SRT 열차들이 줄줄이 지연됐다. 사고를 수습하는 동안 동대구~부산역 사이의 KTX 열차는 1개 선로로 양방향 운전을 시행하고 일부 열차는 일반선으로 우회해 운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노선 열차 운행에도 차질을 빚어 상·하행선 운행이 최대 4시간반 가량 지연됐다.
이 때문에 동대구역은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대혼잡이 빚어졌다. 역 내 의자는 빈자리가 없이 빼곡했고, 승차권 변경·환불 대기 줄에는 수백 명이 몰려 혼잡했다. 동대구역 앞 인도에는 코레일 측이 지원하는 대체 버스에 탑승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부선 종착역인 부산역도 이용객들의 상행선 열차 탑승이 미뤄지면서 대합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산역 대합실 안내판에 적힌 열차 시간표에는 ‘지연’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언제 열차가 출발한다는 정보를 알 수 없어 이용객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여기에 무더위까지 겹쳐 대합실은 그야말로 ‘찜통’속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부고속선 KTX 열차 탈선 사고로 지연됐던 열차 운행은 19일 오전 복구됐다. 사고 원인은 바퀴 축의 발열과 손상으로 발생된 궤도 이탈로 추정하고 있다. 철도특별사법경찰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오전 5시11분쯤 선로 복구가 완료됐으며 금일 경부고속선 열차운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동대구~경주 간 KTX 사고로 인한 열차운행 지연에 대해 사과하고 규정에 따른 지연배상금 이외에 추가 보상안을 마련했다.
코레일은 △새벽시간 이용한 택시비 지급 △2시간 이상 지연열차 전액 환불 △좌석 구매 후 입석 이용한 경우 50% 환불 등 조치를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먼저 열차가 대중교통 막차시간 이후 도착한 경우, 열차 승차권과 택시비 영수증을 제출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신청방법은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접수받는다. 코레일은 “열차 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국민께 죄송하다”며 “택시비 등 지불내역을 접수해주시면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철도의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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