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사람 ‘디지털 부활’… 거센 윤리적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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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별세한 배우, 영화에 등장… 부정적 반응·윤리적 논란 제기
고인·유가족 동의해도 문제점 여전… 디지털 유산법 제정 필요성 부각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5 10:23:53

▲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하는 ‘디지털 부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하는 ‘디지털 부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부활 관련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 신작 ‘에이리언:로물루스’에는 2년 전 별세한 배우 이언 홈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등장했다.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을 되살려 영화에 출연시킨 것에 대해 일부 비평가와 관객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윤리적인 문제 또한 거론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유족에게 구상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를 통해 죽은 사람의 영상이나 음성을 제작할 수 있게 됐지만 이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왔다. 실제로 올해 4월 중국에서 죽은 사람을 재현하는 AI 영상이 유행함에 따라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이 고인의 사전 동의나 유족의 승낙 없이 고인을 부활시키는 AI 또는 기술적 수단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디지털 부활이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고인의 죽기 전 동의 여부나 유가족의 의견이 주로 언급된다. 고인이 영상 매체에 출연했다는 것을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고인을 포르노에 출연하게 하는 등 사자 명예훼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디지털로 재현된 고인이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명예훼손을 할 가능성도 있다.

유가족들의 동의가 있다고 해도 유명인들이 금전적인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빚은 사례가 많은 만큼 ‘디지털 부활’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여기에 유가족들의 동의 죽은 사람을 영상 매체에 출연시키면 금전적인 이득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유산의 일부로 간주해 유족에게 계속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들이 법제화되지 않고 플랫폼 약관에만 명시돼 있기 때문에 관련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2015년부터 디지털 신탁법이 제정돼 고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을 처리하는 원칙이 수립됐는데 우리는 이런 법이 없고 플랫폼 약관만 있다”며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유족이나 제3자가 마음대로 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디지털 유산법 제정이 필요하며 디지털 사후 부활에 대한 위법성 체크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