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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입법과 예·결산 심사, 국정 전반에 관해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 중차대한 역할이다. 2일 제22대 국회가 3개월이나 늦은 지각 개원식에 이어 첫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국내외 경제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국리민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거대 야권은 입법독주를 남발하고, 여권은 필리버스터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맞서 정쟁의 연속이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22대 국회 시작 후 첫 여야 합의로 민생법안을 처리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지도부 회담을 처음 개최해 민생 공통 공약 추진 협의기구 운영 등에 합의한 것은 협치 모멘텀 기대를 갖게 해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것은 1987년 체제 이후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거대 야당이 탄핵안·특검법 등을 잇따라 강행 처리하고, 대통령 내외에게 ‘살인자’라고 막말 등을 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하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안타깝다. 상호 존중의 성숙한 정치 문화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이번 국회는 무엇보다 민생 회복의 성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예컨대 일몰 시한이 연말인 K칩스법(반도체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원전 생태계 복원에 필요한 고준위방폐장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예·결산 심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가 677조4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국가채무가 1196조 원에서 1277조 원으로 81조 원 늘어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를 넘어선다. 미래세대에 과도한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선 재정건전성 유지가 긴요하다.
여하튼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 국회는 사회 갈등을 최종 조정하고 통합하며 그것을 입법화해 국민의 삶을 살찌게 해야 한다. 그 가운데 중요한 임무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주장을 조정해 정치적 통합을 이뤄 내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는 공적 기구는 많지만 국회는 최종·최고의 기구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물론 여야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문제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은 원외인 한동훈 대표가 의료개혁과 채상병특검 등 여러 사안에서 대통령실과의 이견을 보이는 등 여권이 내홍에 휩싸여 대야 관계에 ‘힘’을 쓸 수 없을 상황이 우려되기도 한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와 초강경파 최고위원들로 새 지도부를 짠 민주당은 여전히 거대 야당의 힘을 앞세워 대여 투쟁 강도를 높이려 할 때 일순간 대치 전선이 형성될 소지가 크다.
국회의장의 역할이 요청된다. 협치를 깨는 여러 위협 요인들을 제거하면서 국회가 이름 그대로 정치의 중심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 국회의장은 각 당 원내 지도자들과 수시로 대화 자리를 마련하고 이해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의장에게는 각 정당이 타협과 조정이라는 민주적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해 사회통합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향도 역할을 해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 있다.
또한 대통령이 입법권을 존중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용산’에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행정권은 대통령이 맡고 있고, 입법권은 다수파인 야당에서 좌지우지하는 이 상황을 ‘분할 정부(separated government)’라고 한다. 분할 정부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이미 다 확인했다. 이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협치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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