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신규 채용 되레 줄이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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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우리·기업銀 하반기 710명 채용 예정… 전년比 17% ↓
비대면 금융 확대에 따른 점포 감축, 희망퇴직 신청 감소가 배경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4 09:47:00

▲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 4곳(신한·하나·우리·기업)의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은 총 710명으로 지난해 하반기(860명) 대비 150명(17.4%) 감소했다. 지난달 21일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 은행 부스를 들러 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신규 일자리 감축에 나서고 있다. 주요 은행 4곳 중 3곳이 1년 전보다 적은 수의 하반기 신규 채용을 공개했다. 상반기까지 포함하면 감소 폭은 더 크다. 이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인력 수요가 감소하고 희망퇴직 신청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 확대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채용 일정을 발표한 주요 은행 4곳(신한·하나·우리·기업)의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은 총 71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하반기(860명) 대비 150명(17.4%) 적은 수치다.

신한은행의 채용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2일부터 19일까지 130명의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는데 그 수는 작년 하반기 채용 인원(250명)보다 120명 적다. 우리은행도 전역(예정) 장교 채용 부문 등을 신설했으나 전체 채용 인원은 1년 전 250명에서 210명으로 40명가량 줄였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180명)보다 10명 감축한 170명을 올 하반기 채용할 계획이다. 200명의 행원을 하반기에 채용하기로 한 하나은행만이 1년 전(180명)보다 신규 행원을 늘린다.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수시 경력 공채로 170명을 채용한 KB국민은행은 아직 하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올해 전체로 보면 신규 채용 인원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 5곳은 올 상반기 총 680명의 행원을 신규 채용하는 데 그쳤다. 1년 전(1170명)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규모다. 이를 고려하면 신한은행의 연간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 500명에서 올해 230명으로 270명, 우리은행은 500명에서 390명으로 110명, 하나은행은 430명에서 350명으로 80명, 기업은행은 350명에서 320명으로 20명 각각 줄어들 전망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은행권이 신규 채용 감축에 나선 건 비대면 금융 확대 등으로 신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입출금 거래 기준 인터넷 뱅킹 비중은 83.2%로 전년동기(79.8%) 대비 3.4%p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송금·자동이체 등 금융거래 대부분을 은행 모바일 앱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했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행원들이 일하는 점포(지점·출장소)를 조금씩 줄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국내 점포 수는 6월 말 기준 2817개로 작년 3월 말(2848개) 대비 31개 줄었다. 약 5년 전인 2019년 말(3526개)보다는 700개 이상 감소했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줄어든 점도 신규 채용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4대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올해 초 1496명으로 1년 전(1729명)보다 13.5% 감소했다. 은행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면서 희망퇴직 조건을 하향한 게 원인이었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최대 35~36개월분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으나 올해에는 최대 31개월분으로 줄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이 점점 줄어들고 리테일이 비대면으로 활성화되면서 은행 인력은 거의 포화 상태다”며 “IT 인력이 필요하지만 그건 수시로 채용하고 있고 시중은행 전반적으로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지면서 퇴직자들이 적어져 채용 인력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비용이 많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채용을 더 늘리기는 쉽지 않다”며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보니 대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데 그게 시장 전반적인 트렌드인 것 같고 정년까지 버티자는 게 현재 은행 분위기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통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신규 채용 감축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을 듯하다. 4대 은행의 상반기 합계 순이익은 6조9559억 원으로 전년동기(6조8451억 원) 대비 1.6% 늘어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순이자이익이 14조8260억 원에서 15조6154억 원으로 5.3% 급증하며 순이익 증가세를 주도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은행 스스로 인사정책에 따라서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고 늘릴 수 있지만 은행의 사회적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은행이 고용을 늘리면 정부 평가에 반영하거나 지원을 해주는 등 정책적으로 은행권 고용 확대를 위한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